루저에서 위너로, 홍건희의 성장 드라마
OSEN 이선호 기자
발행 2015.05.21 10: 00

KIA 우완투수 홍건희는 어엿한 1군의 주축 투수이다. 아직은 필승조가 아닌 추격조의 롱릴리프맨이 임무이다. 때로는 선발투수로도 나서는 스윙맨이기도하다. 그 존재감이 가면 갈수록 특별해지고 있다. 루저에서 위너의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 5월 20일 사직구장의 주인공은 홍건희였다. 선발 임준혁이 초반부터 흔들리면서 3-3 동점을 허용했고 3회 1사1,2루에서 바통을 넘겨받았다. 첫 타자 임재철에게 중전안타를 맞았지만 이후 9개의 탈삼진을 곁들여 4이닝 4피안타 2볼넷 1실점으로 호투하고 팀의 9-5 승리를 이끌었다. 
홍건희의 성장세를 엿볼 수 있는 투구였다. 직구의 최고스피드가 140km대 중반을 넘어섰고 슬라이더의 위력이 뛰어났다. 직구와 슬라이더의 투피치로 나서다 커브까지 구사해 삼진을 뽑아내는 장면도 있었다. 초구와 2구는 볼을 던지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적극적으로 승부를 펼치는 홍건희의 위력 앞에 롯데 타자들의 방망이가 헛돌았다.

홍건희는 올해 13경기에서 29⅓이닝을 던져 2승을 따냈고 평균자책점은 3.07를 기록하고 있다. 피안타율 1할8푼4리, 이닝당 출루허용률은 1.16의 수준급의 투구내용을 보였다.  탈삼진은 29개를 기록해 1이닝 1개꼴로 잡고 있다. 볼넷이 15개로 9이닝당 4.6개를 기록하고 있다. 이만하면 눈부신 성장이다.
시계를 되돌려보자. 화순고를 졸업하고 2011년 입단 당시 장래성을 인정 받았지만 스피드, 제구력, 변화구 모두 미달점을 받았다. 스피드는 140km를 넘지 못한데다 제구력이나 쓸만한 변화구도 없었다. 2년 동안 1군은 물론 2군에서도 이렇다할 성적도 없었다. 그래서 상무에 입대하는 수순을 밟았다.
상무시절 성적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주로 불펜투수로 29경기에 출전해 1승1패, 평균자책점 5.04를 마크했다. 때문에 홍건희가 복귀하더라도 마운드에 큰 보탬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작년 미야자키 휴가의 마무리캠프에서도 주목받지 못했다. 이때까지는 희망이 보이지 않는 루저였다.
지난 2월 오키나와 캠프에서 만났을 때 홍건희의 눈빛은 살아있었다. 그는 "올해는 반드시 좋은 모습을 보일 겁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이어 "예전에는 제구력 때문에 노이로제에 걸렸지만 이제는 자신감이 있다. 끝까지 포수 미트를 보는 시선처리가 좋아졌다. 직구 슬라이더에 투심과 체인지업, 커브까지 연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신감은 넘쳤지만 첫 출발에서 시련을 겪었다. 라쿠텐과의 오키나와 연습경기에서 1이닝 8실점 부진한 투구를 했다. 그런데 굴하지 않고 이후 연습경기와 시범경기(3경기)에 안정감을 보였다. 그러더니 데뷔 처음으로 개막 엔트리에 포함됐다. 구위를 찾지 못한 베테랑 김태영의 대체 요원이었다. 한승혁도 2군이었다.  당시 이대진 투수코치는 "회전력이 좋아져 볼에 힘이 많이 붙었다"고 발탁 이유를 밝혔다. 비록 추격조로 편성이 됐지만 그에게는 큰 기쁨이었다.
이것이 KIA 마운드에는 또 하나의 반전이었다. 개막 후 묵묵히 패전 1이닝씩 소화하면서 제몫을 했다. 본격적으로 존재감을 보인 것은 4월 8일 광주 NC전이었다. 구원투수로 나와 3이닝을 1안타(홈런) 2실점으로 막았다. 이어 19일 광주 넥센전에서는 2⅓이닝을 1실점 투구. 22일 광주 롯데전에서는 2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고 26일 두산전에는 선발투수로 5이닝을 소화했다.
특히 5월 8일 목동 넥센전에 선발등판해 4이닝 동안 4실점했다. 당시 3안타를 맞았는데 모두 홈런이었다. 그러나 볼에는 분명히 힘이 넘쳐났었고 그에 대한 믿음도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5월 13일 광주 kt전에서 볼 1개만 던지고 김민우의 끝내기 홈런이 나온 덕택에 데뷔 첫 승의 기쁨을 누렸다. 그리고 이날은 완벽한 투구로 역전극와 구원승의 기쁨을 누렸다.
홍건희는 한승혁, 박준표와 함께 KIA의 젊은 마운드를 이끌고 있다. 당면 목표는 선발투수 혹은 필승조 승격이다. 아직은 제구력을 다듬어야 하고 제 3의 필살기 구종을 개발해야 하는 과제도 있다. 좀 더 시련과 극복의 과정을 겪어야 강해질 것이다. 분명한 점은 그가 KIA 마운드를 짊어질 수 있는 희망을 보였다는 것이다. 홍건희가 또 하나의 성장 드라마를 만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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