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끝나고 제일 구석에 앉아서 혼자 밥을 먹었죠”
2015년 5월 17일 잠실 LG전은 SK 신예 포수 김민식(26)에게 잊지 못할 한 판이었다. 말 그대로 천국과 지옥을 오고 갔다. 이날 올 시즌 들어 두 번째로 선발 포수 마스크를 쓴 김민식은 경기 시작부터 끝까지 SK의 안방을 책임졌다. 주전 포수 정상호는 이날 일정상 휴식이 예정되어 있었고 두 번째 포수 이재원은 몸에 맞는 공 여파로 컨디션이 정상이 아니었다.
출장 기회가 제한적인 제3의 포수에게 이는 소중한 기회였다. 놓치고 싶은 선수는 없었다. 여기에 타석에서는 잘 풀렸다. 데뷔 이후 처음으로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하나는 4-6으로 뒤진 9회 선두타자로 나서 때린 안타였다. 자신이 역전의 발판이 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럴까. 이상하게 몸에 힘이 들어갔고 결국 이동현의 견제에 1루에서 횡사했다. SK의 추격 흐름이 끊기는 순간이었고 결국 팀은 그대로 패했다.

자책감이 심했다. 김민식은 당시 상황을 물어보자 씁쓸한 미소를 지으면서 경기 후 홀로 구석에 앉아 밥을 먹었다고 털어놨다. 그래도 멀티히트를 치지 않았냐며 위로를 했더니 “안타 두 개보다 그 상황에서 실수를 하지 않는 것, 그리고 팀이 이기는 것이 더 중요하다”라며 다시 고개를 숙였다. 많은 것을 느끼고, 또 배운 한 판이었다.
주루 외에도 포수 리드에서 많은 실수가 있었다고 돌아보는 김민식이다. 4회까지는 선발로 나선 채병룡과 호흡을 맞추며 단 1점도 주지 않았다. 팀도 2-0으로 앞서 나갔다. 그러나 5회 한나한에게 투런포를 허용하는 등 연이은 장타를 맞은 끝에 무려 6점을 실점했다. 그 이닝을 제외하면 실점이 없었다. 그래서 더 아쉽고 곱씹게 되는 이닝이었다.
김민식은 “경기 전 채병룡 선배가 ‘네 사인을 보고 가겠다’라고 말씀하셨다. 실제 고개를 흔든 경우는 몇 번 없었다”라면서 “그 전까지는 괜찮았는데 타순이 두 바퀴를 돌면서는 패턴을 달리 가져가야 했다. 그런데 그렇게 못했다. 장타를 계속 허용하면서 머리가 텅 비는 느낌이 들더라”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자신의 리드를 믿고 던져준 선배 투수, 그리고 믿고 경기에 내보내준 코칭스태프에게 죄인이 된 심정이었다.
그러나 경기 후 선배들의 격려에 힘을 냈다. 채병룡은 경기가 끝난 뒤 풀이 죽어 있는 김민식을 보며 ‘잘했다. 네 잘못이 아니다’라고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돌렸다. 주전 포수 정상호는 경기 후 김민식에게 볼배합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주장 조동화를 비롯한 다른 선수들도 ‘네 잘못이 아니다’라고 김민식의 처져 있는 어깨를 보듬었다. 1경기만 잘못 해도 곧바로 2군에 내려갈 수 있는 불안한 신분. 그런 상황을 겪어 본 선배들은 김민식을 감싸 안으며 기를 살리려 애썼다. 김민식은 “참 고마웠다”고 떠올렸다.
김민식은 공격 재능을 가진 포수 유망주로 손꼽힌다. 우투좌타라는 자신만의 매력적인 무기가 있는 선수이기도 하다. 시즌 시작은 2군에서 했으나 오키나와 전지훈련에서 좋은 모습을 선보였고 시즌 중반 허웅과 자리를 바꿔 1군에 올라왔다. 이재원이 지명타자로 활용되는 경기가 적지 않음을 고려하면 제3포수의 임무도 막중한 SK다. 정상호의 휴식 시간이나 뜻하지 않은 부상에 대비해 항상 투입될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아직 포수로서의 경험은 부족하지만 김용희 감독은 김민식에게도 적잖은 출전 시간을 배분해주며 경험을 쌓게 하고 있다. 포수 자원이 하루아침에 크지는 않기 때문이다. 17일 경기에서의 선발 출전도 이런 맥락과 맞닿아 있다. 비록 당시는 100점을 받지 못했지만 처음부터 100점을 받는 포수는 없다. 그런 단계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자신감이고 SK 동료들은 김민식의 어깨를 토닥여줄 준비가 됐다. 첫 걸음을 뗀 김민식의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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