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불펜의 시스템 업데이트 사항이 생겼다. 불펜의 핵심 요원인 정우람(30)의 활용폭을 조금 더 늘린다. 마무리 구도에 영향을 주는 '더블 스토퍼'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하겠다는 것이 김용희 감독의 생각이다.
SK는 20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한화와의 경기에서 6-6으로 맞선 9회가 시작되자 마무리 윤길현을 올렸다. 윤길현은 그간 대개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라 올 시즌 12세이브를 기록 중이다. 정우람이 있는 상황에서 먼저 등판이 예상됐으나 SK는 윤길현을 먼저 올리고 이후 1사 1,2루에서 정우람을 투입했다. 정우람은 위기를 잘 막아냈고 결국 SK가 9회 이재원의 끝내기 안타로 승리를 거둬 시즌 4승째를 거뒀다.
김용희 감독은 21일 인천 한화전을 앞두고 이 기용에 대해 "상황에 따른 투입"이라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상대 타순이 오른손 오더였다"라고 이야기했다. 우완인 윤길현을 먼저 투입해 우타자들을 막아내겠다는 생각이었다. 실제 한화의 9회 타순은 권용관 정근우 최진행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그 다음 타자인 왼손 김경언이 올라오면 정우람을 올려 대응하겠다는 것이 이날 SK 벤치의 전략이었다. 윤길현의 올 시즌 유일한 블론세이브가 김경언을 상대로 기록한 것임도 어느 정도 반영이 됐다.

김 감독은 "정우람이 오른손 타자에게도 약하지 않은 투수다"라고 하면서도 일단 왼손 쪽에 포커스를 맞추겠다는 생각을 드러냈다. 마지막 마무리 상황에서 윤길현을 고집하지는 않겠다는 뜻을 드러낸 것이다. 김 감독은 "이를 테면 LG같은 팀은 왼손타자들이 줄줄이 나오는 경우가 있다. 그런 경우는 정우람 마무리를 고려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투입 순서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마무리 윤길현' 구도를 포기하거나 마무리 보직을 원점에서 고려하겠다는 뜻은 전혀 아니다. 윤길현은 여전히 SK의 마무리로 경기에 나선다. 김 감독도 정우람 마무리 경기에 대해 "그런 상황이 많지는 않을 것"이라며 윤길현에 힘을 실어줬다. 5월 들어 다소 불안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윤길현이지만 어쨌든 12세이브로 리그 세이브 선두다. 그에 비해 블론세이브는 한 번밖에 없다. 리그에서 이만한 결과를 내고 있는 마무리도 드물다.
다만 위기 상황에 강하고 좌우 타자를 가리지 않는 정우람의 활용폭을 좀 더 넓히겠다는 차원의 전략이라고 풀이할 만하다. 정우람의 투입 시기를 못 박기보다는 가장 중요한 상황에서 활용하겠다는 전략이기 때문이다. 윤길현이 부담을 덜고 자신의 자리에서 제 기량을 찾는다면 선순환의 시나리오를 만들 수도 있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