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나이' 최희섭, 파란만장 100홈런 등정기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5.05.21 21: 22

KIA 타이거즈 최희섭(36)은 등산을 즐겨한다. 그래서 별명 가운데 하나가 '산사나이'다. 야구가 잘 안풀려서 힘들 때 최희섭은 먼저 산을 찾았고 해답을 찾고자 했다. 파란만장한 야구인생을 이어오고 있는 최희섭이 최고령 100홈런 타자라는 영광을 안았다.
최희섭은 21일 사직구장에서 벌어진 롯데 자이언츠전에 5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했다. 1-0으로 앞선 4회초 1사 주자없는 가운데 롯데 선발 구승민을 상대로 가운데 담장을 넘어가는 솔로포를 터트렸다. 구승민의 132km 포크볼이 높게 몰린 걸 놓치지 않고 그대로 담장을 훌쩍 넘겼다. 올 시즌 6호, 통산 100호 홈런이다.
최희섭은 36세 2개월 5일만에 100홈런을 터트려 KBO 리그 최고령 100홈런 기록을 달성했다. 종전 기록은 2011년 9월 18일 카림 가르시아(한화)의 35세 10개월 20일이었다.

지난 2007년 5월 KIA에 입단한 최희섭은 그 해 7월 21일 수원 현대전에서 첫 홈런을 쐈고, 2009년과 2010년은 각각 33홈런과 21홈런으로 거포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작년에는 유일하게 홈런이 없던 시즌이었고, 올 시즌은 5월 21일 현재 6개의 홈런으로 재기에 성공했다.
최고령 100홈런은 그만큼 홈런 100개를 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의미도 되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차례차례 홈런을 하나씩 쌓았다는 점에서 충분히 자랑스러워해도 될만한 기록이다. 최연소 100홈런인 이승엽(22세 8개월 17일)과는 15살 가까이 차이가 나지만, 만 28세에 한국에 돌아온 타자임을 감안하면 더욱 의미가 있다.
2009년 33홈런, 2010년 21홈런으로 거포본색을 뽐낸 최희섭이지만 이후 선수생활은 평탄치 않았다. 계속된 부상과 부진, 방황이 거듭되면서 홈런이 쌓이는 속도는 늦춰지기 시작했다. 2011년 9홈런, 2012년은 7홈런에 그쳤으며 2013년 4월 무섭게 몰아치며 부활하는 듯했지만 결국 11홈런으로 시즌을 마감해야 했다.
급기야 작년에는 1군과 2군 실전경기에 단 한 경기도 출전하지 않았다. 2013년 9월 무릎수술을 받은 뒤 재활속도가 늦어져 스프링캠프에 합류하지 못했고, 계속해서 재활을 하며 한 시즌을 보냈다. 선수에게 가장 괴로운 시간이 바로 재활만 할때이다. 자존심도 많이 상했고, 다시 선수생활을 할 수 있겠냐는 이야기까지 나왔지만 최희섭은 백의종군을 선언하면서 올해 활약을 다짐했다.
그렇기에 최희섭의 100홈런 달성이 특별하게 다가온다. 만약 작년 부상 이후 포기했다면 최희섭은 94홈런 타자로 남았을 것이다. 겨울동안 땀의 힘을 믿었기에 작지만 큰 영광을 얻을 수 있었다.
cleanupp@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