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톡톡]'스파이', 무리수 자막 논란.."뚱땡이가 왜 나와?"
OSEN 이혜린 기자
발행 2015.05.22 10: 23

지난 21일 개봉해 고강도의 웃음 폭탄으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영화 '스파이'가 몰입을 방해하는 자막 수준으로 논란을 낳고 있다.
주연들의 대사를 완전히 다른 의미로 번역하는가 하면, 어렵다고 생각되는 단어들을 지나치게 친절하게 바꿔줘 의미를 변색시킨 것. 뿐만 아니라, 감독의 의도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엉뚱한 말을 첨언해, 자막 완성도를 중시하는 관객들을 화나게 하고 있다.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부분은 역시 체중 관련 자막이다. 이 영화는 CIA 내근직 여성이 현장에 투입돼 벌어지는 일을 담은 작품인데, 과체중의 멜리사 맥카시를 캐스팅하고도 체중을 절대 희화화하지 않으면서 사람들의 편견을 사뿐히 비켜가는 쾌감이 있는 영화다. 오히려 체중 문제를 건너뛰고, 여성이라는 이유로 비서 취급을 받거나 유리천장 아래 갇히는 상황을 굉장히 세련되게 비틀어낸 작품.

그런데 한국어 자막에서 남자 주인공이 하지도 않은 "뚱땡이"라는 단어를 넣으면서, 평범한 체중 희화화 코미디로 전락시켜버린 것. 등장인물들이 주인공의 옷은 놀려도 체중은 절대 놀리지 않는, 세심한 설정이 돋보이는 영화라서 더욱 아쉬움은 크다. SNS에는 번역가가 과연 감독의 의도를 이해는 했냐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일반 관객들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단어를 굳이 다른 말로 바꾸는 '지나친' 친절함도 도마 위에 올랐다. '치커리를 넣은 케이크'를 '고사리를 넣은 케이크'로, '캔디크러쉬 하고 있어'를 '캔디팡 하고 있어'로 굳이 바꿔서 오히려 부자연스러움을 유발했다. 압권은 영국드라마 '다운튼 애비'를 보고 영국 억양을 배웠다는 대사를 '셜록'을 보고 배웠다는 걸로 바꾼 것. '다운튼 애비'는 미국에서 열광적인 반응을 끌어낸 드라마로, 국내 인지도가 그리 높지 않다 해도 굳이 너무 다른 드라마인 '셜록'으로 바꿀 필요는 없지 않았냐는 의견도 있다.
그외에도 남자 요원이 여성의 신체 중 한 부분을 일컫는 단어를 사용해, 여성들이 남성들과 대화할 때 느끼는 당혹감을 다뤄낸 장면에서도 대사가 완전히 다른 내용으로 번역돼 아쉬움을 사고 있다.
'스파이'는 개봉 전 특별한 자막 콜라보레이션으로 기대를 모았기에 관객들의 당혹감은 더 크다. 이 자막에는 tvN 'SNL코리아' 작가진이 참여했다.
수입사 이십세기폭스코리아는 "제작진은 '스파이'만의 코믹 요소를 한국 관객들에게 더욱 명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현지의 코미디 분야 전문가와 번역 공동 작업을 하기를 희망했다"면서 "이번 작가진 중에는 미국 NBC의 'SNL'을 한국 버전으로 번역하는 전문 작가가 포함되어 있어 자막의 질에 대한 신뢰도를 한층 높인다. 여기에 '호빗' 시리즈,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 등 다양한 작품의 번역을 담당한 박지훈 번역가가 전반적인 번역과 최종 번역본을 검수하는 작업을 거쳐 전문성까지 더했다"고 자신했었다.
이 영화는 미국에서 멜리사 맥카시의 이름이 주연배우 첫 리스트에 올라있는 반면, 한국 포털사이트에선 주드로, 제이슨 스타뎀 이후 세번째에 위치하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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