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 3점 홈런이나 마찬가지였다".
KIA는 지난 주 롯데와 삼성을 상대로 3승3패를 거두고 5할 승률을 유지했다. 주중 사직 롯데전에서는 1승2패로 고전했다. 두 경기 모두 3-0, 2-0으로 앞서다 역전을 허용하면서 주춤했다. 그러나 삼성과의 광주 주말 경기에서는 먼저 1패를 당했지만 두 경기를 1-0, 2-0으로 잡고 위닝시리즈를 장식했다.
삼성과의 위닝시리즈의 결정적인 이유는 마운드의 힘이었다. 23일 경기는 양현종이 8이닝 무실점, 소방수 윤석민이 1이닝 퍼펙트로 막았다. 24일 경기에서는 조쉬 스틴슨이 8이닝 무실점, 윤석민이 1이닝 퍼펙트로 삼성 타선을 잠재웠다. 앞선 22일 경기에서 유창식이 6이닝 2실점으로 호투한 것까지 포함한다면 선발투수들이 건재했다.

또 하나의 비결은 수비의 힘이었다. 특히 두 명의 젊은 외야수들이 보여준 소름끼치는 수비력은 KIA를 연승으로 이끈 원동력이었다. 호수비 2개가 없었다면 KIA는 연승이 아닌 연패로 추락할 뻔했다. 지난 주말 KIA 팬들은 두 젊은 외야수의 수비쇼에 매료됐다.
신인 외야수 김호령은 23일 경기에서 1회초 1사후 박한이의 2루타성 타구를 40m 가까이를 전력질주해 걷어내는 묘기를 보였다. KIA 외야진은 좌타자 박한이를 맞아 좌익수 쪽으로 치우친 시프트를 펼쳤으나 오히려 타구는 가운데를 기점으로 우익수 쪽으로 날아갔다.
누가봐도 2루타성 타구인데 김호령이 쏜살같이 달려와 걷어냈다. 탁월한 스타트와 무서운 막판 스퍼트가 장기인 김호령의 남다른 수비력의 개가였다. 만일 잡아내지 못했다면 선발 양현종의 8이닝 무실점 호투도 장담하기 어려웠다. 양현종은 다음타자 채태인을 사구로 내보냈지만 최형우를 1루수 뜬공으로 처리하고 첫 회를 무사히 마쳤다.
24일 경기의 백미는 2년차 우익수 박준태의 슈퍼캐치였다. 2-0으로 앞선 가운데 8회까지 무실점으로 호투하던 조쉬 스틴슨이 9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그러나 선두타자 박석민과 이승엽에게 연속안타를 맞고 무사 1,2루 궁지에 몰렸다. 소방수 윤석민이 등장해 진갑용과 박해민을 연속 삼진으로 잡고 한숨을 돌리는 듯 싶었다.
마지막 타자 김상수는 까다로운 상대였다. 볼카운드 2-2에서 7구 바깥쪽 직구로 승부를 걸었으나 방망이가 날카롭게 돌아갔고 타구의 방향은 우중간을 꿰뚫는 듯 했다. 그러나 우익수 박준태가 전력질주해 다이빙 캐치로 잡아내는 묘기를 펼쳤다. 빠졌다면 동점 3루타성이었다. 그러나 박준태의 신기에 가까운 수비로 위기에 빠진 팀을 구했고 KIA는 삼성에게 2011년 6월 이후 4년만에 위닝시리즈를 작성했다.

김기태 KIA 감독은 "이것이 바로 수비의 힘이다. 박준태의 수비는 역전 3점 홈런이나 마찬가지였다. 호수비 하나로 실점을 막는 것은 팀에게는 득점과 같다. 전날 김호령의 1회 수비도 초반 흐름을 상대에게 내주지 않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류중일 삼성 감독도 "비록 상대팀이지만 (박준태의)마지막 수비는 정말 잘 잡았다"고 칭찬까지 했다.
그동안 KIA 외야진은 허약했었다. 어깨가 약하거나, 수비폭이 좁거나, 타구 판단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때문에 짧은 안타에도 홈을 허락하는 일이 많았다. 이런 점에서 어깨가 강하고 수비폭이 넓고 타구 판단력까지 갖춘 박준태와 김호령의 출중한 수비력은 커다란 힘이 되고 있다. 두 젊은 외야수는 방망이가 아닌 수비의 힘으로 연승을 이끌었다. KIA 외야진의 현재와 미래가 밝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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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태 사진 KIA 타이거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