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일주일이었다.
LG 트윈스 야수진의 중심을 잡아온 베테랑 4인방 전원이 일주일 동안 부상으로 팀을 떠났다. 지난 19일 목동 넥센전에서 이병규(9번)가 햄스트링 부상을 당한 것을 시작으로, 정성훈 박용택 이진영까지 모두 쓰러졌다. 박용택은 엔트리서 제외되지 않았고, 이진영의 부상 정도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상황. 어쨌든 LG는 앞으로 최소 한 달 이상을 베스트와 동떨어진 전력으로 경기에 나서야 한다. 그야말로 악재가 끊이지 않은 2015시즌이 되고 있다.
곳곳이 구멍이다. 1번부터 5번 타순에 자리할 타자들이 송두리째 뽑혔다. 당장 테이블세터와 클린업을 재편해야만 한다. 외야진과 내야진도 마찬가지다. 박용택이 이번 주부터 출장할 수 있다고 가정해도, 야수진에 남은 주전 선수는 최경철 이병규(7번) 오지환 한나한 뿐이다. 2루와 3루, 우익수 자리에 새 얼굴이 필요하다. 의도치 않게 리빌딩이 진행되고 있다.

일단 LG는 지난 주말 사직 롯데전에선 3루수에 2년차 신예 양석환, 2루수에 황목치승을 기용했다. 이진영의 자리는 앞으로 채은성이 채울 확률이 높다. 물론 안익훈 김용의 윤진호 등도 1군에 합류할 수 있다. 안익훈은 엔트리서 제외된 지 10일이 지난 만큼, 당장 등록이 가능하다. 김용의도 27일부터 1군 경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최승준과 정의윤은 부상에서 회복하는 대로 1군에 돌아올 수 있다.
문제는 LG의 야수 육성시스템이다. LG가 최근 10년 동안 주전으로 키운 야수는 이병규(7번·2006년 입단)와 오지환(2009년 입단) 둘 뿐이다. 이병규(9번)는 1997년, 박용택은 2002년 입단했고, 이진영 정성훈 최경철 손주인 모두 FA나 트레이드를 통한 외부영입이다. 매년 드래프트를 통해 수많은 유망주들을 뽑고 있지만, 대부분이 1군 백업이나 2군 선수에 그치곤 했다. 유망주 무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 시즌도 비슷하게 돌아가고 있다. 양상문 감독은 개막전부터 최승준을 4번 타자로 기용하는 파격을 선보였다. 하지만 최승준은 26타수 2안타로 부진했고, 지난 4월 9일 엔트리서 제외됐다. 만년 유망주에 머물고 있는 정의윤도 강렬한 임팩트를 남기지 못하고 있다. 문선재는 외야수비에서 여전히 고전 중이다. 4년 만에 1군 무대를 밟은 나성용은 바뀐 타격 폼으로 15경기도 치르지 않았다. 대졸 신인 박지규는 타석에서 슬럼프를 겪더니 지난 24일 2군으로 내려갔다. 양석환과 안익훈은 수비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콜업한 인상이 강하다. 확실한 시스템 없이 팀 전체가 방황 중이다.
퓨처스리그에서 더 이상 보여줄 게 없을 때 1군에 올라오는 게 맞다. 돌려막기 식으로 일 년 내내 1군과 2군을 오가는 것은 성장에 악영향만 끼친다. 이천에 최신 2군 시설을 갖춘 만큼, 이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구리 시절 LG 유망주들은 잦은 포지션 이동과 부상, 수술 등으로 성장이 더뎠다. 2군에서 조금만 활약해도 1군에 올랐다가 현저한 기량차이만 느끼고 다시 2군으로 내려가곤 했다.
양상문 감독은 지난해 6월 3일 리빌딩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 바 있다. 당시 양 감독은 “팀의 방향을 확실히 해야 할 필요가 있지 않나?”라는 질문에 “앞으로 한 달은 보고 노선을 결정하겠다”고 답했다. 팀 성적에 향상이 있을 경우, 포스트시즌 진출 도전을, 반대의 경우, 전면 리빌딩에 들어간다고 예고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LG는 한 달 사이 탈꼴찌에 성공했고,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기적을 썼다.
물론 벌써부터 2015시즌을 포기할 수는 없다. 지금 시점에서 베스트시나리오는 새로 올라온 선수들의 활약으로 신구조화가 이뤄지는 것이다. 난세의 영웅이 나타난다면, 지난 2년처럼 기적을 쓸 수 있다. 하지만 올스타 브레이크까지 성적이 나오지 않으면, 양 감독은 과감한 결단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10년 전 롯데 사령탑 맡았을 때처럼, 라인업 전체를 엎어버릴 지도 모른다. 이래저래 절대과제는 유망주 무덤에 꽃을 피우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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