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흥행타격의 문제가 아니다. 승부조작설에 휩싸인 프로농구가 존폐의 기로에 놓였다.
서울 중부경찰서 형사과는 25일 승부조작에 가담한 프로농구 현직감독 A씨를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A씨는 프로농구 감독으로 있으면서 지인들을 통해 거액을 빌리고, 이를 불법 사설 스포츠 토토에 베팅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수사내용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프로농구는 출범 후 최대위기를 맞을 전망이다. 해당 피의자들이 형사처벌을 받는다 해도 팬들이 받은 상처는 치유되지 않는다. 해당 감독의 소속구단은 물론 프로농구 전체가 이미지에 돌이킬 수 없는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된다.

팬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 깨끗한 승부를 펼치는 것은 프로스포츠의 기본 중에 기본이다. 불순한 목적을 위해 승부가 조작되는 경기를 보려고 돈을 지불할 사람은 없다. 팬들을 무시하고 기본을 망각한 프로스포츠는 더 이상 존재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프로농구는 이미 지난 2013년 강동희 전 감독이 승부조작 혐의로 구속 기소된 전례가 있다. KBL은 강 전 감독을 영구제명했다. 이어 클린바스켓 센터 운영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클린바스켓 센터는 이미 드러난 사건을 신고하는 사후 감시책에 불과하다. 프로스포츠에서 의도적으로 행하는 승부조작을 막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이번 사건을 통해 드러난 셈이다.
최근 KBL은 여론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 외국선수 2인 동시출전제와 외국선수 신장제한을 재도입했다. 아울러 리그개막을 종전 10월에서 9월로 한 달이나 당겼다. 사전에 충분한 논의과정을 거치지 않은 밀실행정이란 비판이 뒤따랐다. 농구흥행을 위해 머리를 맞대도 모자랄 판에 KBL은 팬들과의 소통을 거부했다. 승부조작사건은 그나마 남아있는 팬들마저 농구에서 완전히 등을 돌리는 결정타가 될 수 있다.
KBL 고위 관계자는 25일 “승부조작설에 대해 언론보도를 통해 알았다. 우리도 아직 진상을 파악하고 있다. 26일 비상회의를 소집해 논의를 거친 뒤 공식입장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KBL은 승부조작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 KBL은 지금 존폐의 기로에 놓여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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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기 KBL 총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