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품수수·심판폭행·승부조작, 韓농구 떨어질 곳 없다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5.05.26 15: 54

이 보다 최악일 수 없다. 한국농구가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서울 중부경찰서는 25일 지인들에게 거액을 빌려 이를 불법 스포츠토토 사이트에 베팅하도록 지시한 전창진 KGC 감독과 지인 5명을 국민체육진흥법 위반과 도박 등의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전 감독의 출국금지 명령을 내리고 조만간 그를 소환해 혐의를 입증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수많은 악재로 인기가 바닥까지 떨어진 한국농구다. 전 감독의 혐의가 사실로 밝혀진다면 한국농구는 돌이킬 수 없는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된다. 

지난 2012년 KBL 소속 심판이 2008년 모 프로농구 관계자로부터 소속팀을 잘 봐 달라는 청탁과 함께 현금 200만원, 노트북 1대 등 3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사실이 적발됐다. 그 무렵 아마추어 농구심판은 감독·코치에게 금품을 받은 사건까지 터졌다. 농구계 전체가 ‘검은돈’의 유혹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것.
2012-2013시즌 프로농구에서는 ‘고의패배 의혹’이 불거졌다. 대형신인 김종규, 김민구, 두경민을 잡기 위해 하위 팀들이 일부러 패해 신인지명 확률을 높이려 했다는 것. 당시 한선교 총재는 이듬해부터 챔피언결정전 진출 두 팀을 제외한 나머지 8개 구단이 12.5%의 확률로 동등하게 1순위 신인을 지명하도록 급히 제도를 변경했다. 그러나 정작 고의패배 의혹을 받던 팀들은 신인선수 지명에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았다.
악재는 끊이지 않았다. 2013년 3월 강동희(49) 전 감독은 브로커를 통해 4700만 원을 받고 총 4경기에서 주전선수 대신 후보를 기용하는 방식으로 승부를 조작한 혐의를 받아 구속 기소됐다. 혐의를 인정한 강 씨는 징역 10개월, 추징금 4700만 원을 선고받았다. 국내 프로스포츠 감독 중 승부조작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것은 강 전 감독이 처음이었다. KBL은 강 전 감독을 영구제명 조치했다.
지난해 6월 7일 새벽 김민구(25, KCC)는 국가대표 농구팀 외박기간 중 음주 후 자신의 승용차를 몰다 신호등을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당시 김민구의 혈중알콜농도는 0.060%로 면허정지에 해당됐다. 사고여파로 김민구는 고관절, 발목 등에 부상을 입었다. 그는 2014 인천 아시안게임과 2014-2015시즌 프로농구에 결장했다. 현재 김민구는 재활을 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김민구와 KCC 구단은 어떠한 공식사과도 하지 않고 있다. 2013 아시아선수권 베스트5에 올라 ‘한국농구의 미래’로 여겨졌던 유망주가 한순간에 몰락했다.
경기 중 감독이 심판을 폭행하는 일도 있었다. 정재근 전 연세대 감독은 2014년 7월 ‘2014 아시아-퍼시픽 대학농구 챌린지’ 고려대와 결승전에서 초유의 사건을 저질렀다. 심판판정에 불만을 품은 그는 심판에게 폭언을 하고 심판을 머리로 폭행했다. 이 여파로 정 감독은 연세대 농구부 감독직에서 사임했다. 대한농구협회는 정 전 감독에게 5년 자격정지 처분을 내렸다. 정 전 감독은 2019년까지 대한농구협회 산하 모든 프로팀과 아마추어팀에서 지도자 생활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범죄에 연루된 프로농구 은퇴선수들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프로농구 스타였던 방성윤(33)은 지난 2013년 지인의 동업자를 상습 폭행한 혐의(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로 고소돼 소환조사를 받았다. 방성윤은 사기혐의까지 더해졌다.
또한 지난해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윤강열)는 처형을 목 졸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기소된 정상헌(33)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방성윤과 정상헌은 지난 1999년 18세 이하 아시아선수권 결승전에서 중국을 꺾는데 일조했던 차세대 유망주였다. 특히 방성윤은 국가대표로 활약하며 2002 부산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에 일조했었다.
 
한국농구는 2014 인천 아시안게임서 남녀대표팀이 동반 금메달을 따내며 오랜만에 인기몰이를 했다. 하지만 신기루였다. 농구계에 잇따른 대형악재가 터지면서 팬들은 이제 농구에서 등을 돌리고 있다. 90년대 최고의 겨울스포츠로 각광을 받았던 한국농구가 몰락을 거듭하고 있다.
jasonseo34@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