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심한 남자 심수창, 자책 1점에 식사대접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5.05.27 10: 01

롯데 자이언츠 불펜에는 두 개의 성벽이 있다. 셋업맨 이성민과 마무리투수 심수창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이 등장하면서 롯데 불펜은 빠른 속도로 안정을 찾았다.
특히 이성민의 활약은 반전이라고 봐도 부족하지 않을 정도다. kt에 있을 때까지 13경기 2패 평균자책점 7.82의 평범한 불펜투수였는데, 롯데로 이적하자마자 9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을 했다. 비록 24일 사직 LG전에서 1⅓이닝 1실점을 하면서 무실점 행진이 중단됐지만, 26일 문학 SK전은 다시 1⅔이닝 1실점 비자책으로 평균자책점을 내리는 데 성공했다.
덕분에 이성민의 평균자책점은 26일 현재 3.86까지 떨어졌다. 롯데 유니폼을 입었을 때 7점대 후반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던 걸 생각하면 빠른 속도로 성적을 끌어 올리고 있다. 때문에 롯데 벤치에서는 승부처에서 주저하지 않고 이성민을 투입, 재미를 보고 있다.

그런데 24일 첫 실점 뒤에는 작은 에피소드가 있다. 이성민이 점수를 준 게 아니라, 주자를 남겨두고 마운드를 내려갔는데 심수창이 득점을 허용한 것이다. 26일 문학구장에서 만난 심수창은 "나 때문에 무실점 행진이 중단돼서 내가 밥을 사줬다"면서 "그래도 성민이 롯데와서 첫 번째 경기(3일 대전 한화전)에선 만루 채워놓고 내려갔는데 내가 막아줬었다"고 웃었다. 
투수에게 자책점 1점은 큰 의미를 갖는다. 내가 점수를 내주지 않더라도 주자를 남겨놓고 마운드를 내려가면 얼마든지 자책점이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주자를 꽉 채워놓고 위기에서 교체된 이후 동료들 덕분에 성적을 지키는 경우도 있다.
이성민이 심수창을 원망한 건 아니지만 심수창은 먼저 나서서 세심하게 후배를 챙겼다. 선발투수 출신이라 그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기 때문이다. 자책점 1점이 연봉을 얼마나 좌지우지할지 알 수는 없어도, 그보다 값진 정신적 유대관계가 싹트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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