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록의 영광은 모든 선수들이 한 번쯤 꿈꾸는 장면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부진이라는 반갑지 않은 대가가 뒤따르기도 한다. 대표적인 것이 올해 노히트노런 후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유네스키 마야(34, 두산 베어스)다.
이로 인해 감독은 고민에 빠지기도 한다. NC 다이노스 김경문 감독도 마찬가지다. 김 감독은 지난 26일 마산 두산전에서 3연타석 홈런으로 4타수 3안타 8타점을 올린 에릭 테임즈를 경기 중에 뺐다. 선수 본인이 동의했다고는 하지만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사실 테임즈가 3번째 홈런을 치기 전부터 김 감독은 그 타석이 끝나면 빼겠다는 것을 테임즈에게 얘기해둔 상황이었다. 하지만 교체 예정 사실을 알고 나간 테임즈가 만루홈런, 3점홈런에 이어 솔로홈런으로 3연타석 홈런을 기록하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

김 감독은 “그래서 테임즈에게 한 번 더 물어봤다. 괜찮다고 하더라. (조)평호도 만약에 기회를 받지 못하고 퓨처스리그로 다시 내려가는 일이 생기면 안 되지 않은가”라며 고민을 털어놓았다. 감독으로서는 모든 선수들의 상황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이어 “기록이 반갑지 않은 감독이 어디 있겠는가. 그 뒤에 나빠지는 것이 문제일 뿐이다”라며 기록보다 그 뒤에 따라올지 모르는 부진을 경계했다. 팀 내에 그랬던 사례가 있어 김 감독의 우려가 전혀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그 당사자도 바로 테임즈였다.
김 감독은 “테임즈도 사실 광주(4월 9일 KIA전)에서 사이클링히트를 한 뒤에 페이스가 좀 떨어졌던 적이 있다. 최근 들어 올라오고 있는 거다”라고 설명했다. 테임즈의 대기록과 부진을 한 번 봤기에 김 감독은 어려운 결단을 내릴 수 있었을 것이다. 다행스러운 점은 테임즈가 불만 없이 자신의 교체를 수용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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