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상, 역대 최단거리 홈런 나올 뻔한 사연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5.05.28 06: 00

홈런이 되는 방법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담장을 넘기는 것, 두 번째는 그라운드 홈런이다. 당연히 비거리는 그라운드 홈런이 짧지만, 사실상 비거리가 크게 의미가 없다. 그렇다면 '담장을 넘어간 공' 가운데 가장 짧은 비거리는 얼마였을까.
메이저리그는 피트 단위로 비거리를 측정해 비교적 정확한 편이지만, KBO리그에서는 5m 단위로 홈런 비거리를 발표한다. 따로 측정 장치가 있는 게 아니라, 기록원들이 구장별 도표를 참조해 비거리를 발표한다. 그래서 이론적으로 나올 수 있는 최단거리는 95m다. 펜스까지 가장 짧은 거리가 95m이기 때문이다.
펜스까지 거리가 가장 짧은 곳은 좌우측 폴대다. 국내 야구장 가운데 부산 사직구장과 인천SK 행복드림구장 두 군데만 폴대까지 95m로 가장 짧다. 대신 사직구장은 담장높이가 4.5m에 이르기 때문에 담장을 살짝 넘어가도 100m로 비거리가 측정된다.

그래서 가장 짧은 홈런이 나올 수 있는 곳은 문학구장이다. 2004년 이후 비거리 95m짜리 홈런은 단 한 번 나왔는데 바로 문학구장이었다. 2010년 5월 20일, 넥센 강병식이 개리 글로버를 상대로 우측 폴대 쪽으로 타구를 날렸다. 좌타자 강병식이 친 타구는 우측 페어지역에서 파울지역 쪽으로 휘어져 나가며 폴대와 펜스가 만나는 부근을 강타했다. 당시 최수원 1루심은 파울을 선언했지만, 비디오 판독 결과 담장과 펜스의 교차점에 공이 맞은 것으로 드러났다. 비거리 95m짜리 홈런이 나오게 된 이유다.
27일 같은 구장에서 비슷한 장면이 나왔다. SK는 1회말 2사 주자 없는 가운데 박재상이 타석에 들어섰다. 박재상은 구승민을 상대로 힘껏 잡아당겨 우측 폴대 쪽으로 타구를 날렸다. 타구는 펜스와 폴대 부근에 맞고 굴러 나왔고 박재상은 3루까지 갔다. 5년 전과 마찬가지로 1루심은 최수원 심판위원이었는데, 이번에는 파울이 아닌 페어를 선언했지만 홈런 사인은 내지 않았다.
SK 벤치에서 움직임이 나왔다. 김용희 감독은 비디오판독을 요청했고 기록은 홈런으로 정정됐다. 화면을 확인해보니 타구는 담장을 살짝 넘어가 우측 폴대 밑둥을 때렸다. 그런데 비거리는 95m가 아닌 100m로 측정됐다.
왜 그랬을까. 이날 기록을 맡은 최성용 기록위원은 "담장까지가 95m이고, 95m를 넘게 날아가면 5m 단위로 기록하기 때문에 100m가 된다. 메이저리그라면 1m 단위로 정확하게 측정했겠지만, KBO리그는 현재 5m씩 끊어서 기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재상의 타구가 만약 10cm만 덜 날아갔어도 역대 최단거리 홈런이 또 나올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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