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야구팀] 야구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라운드에는 오늘도 수많은 말들이 오가고 있다. 웃음 폭탄을 유발하는 농담부터 뼈있는 한마디까지 승부의 세계에서 흘러나오는 말에 귀가 솔깃한다. 주밀 3연전에서 과연 어떤 말들이 흘러나왔을까.
▲ "더운데 왜 매미가 안 울까" - 삼성 류중일 감독
27일 삼성-넥센전이 열리기 전 대구구장. 양팀 선수들 모두 "더워 죽겠다"고 입을 모았다. 대구구장을 홈그라운드로 사용하는 삼성 선수들도 마찬가지. 이날 대구지역의 낮 최고 기온은 34도. 삼성은 해마다 여름이 시작될 무렵부터 힘을 내기 시작했다. 오죽 하면 '매미가 울면 다 죽었어'라는 이야기까지 나올까. 이에 류중일 감독은 "더운데 왜 매미가 안 울까"라고 한 마디 던졌다. 삼성의 상승세가 시작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본격적인 무더위가 찾아오길 학수고대했다.

▲ "야 나는 해설 제일 못하는데 하잖아" - 조성환 KBSN 스포츠 해설위원
26일 삼성-넥센전이 열리기 전 대구구장. 조성환 KBSN 해설위원은 최형우(삼성)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인터뷰 제의를 했다. 최근 타격감이 좋지 않은 최형우는 "여기서 야구 제일 못하는데 인터뷰를 하려고 하냐"고 손사래를 쳤다. 그러자 조성환 위원은 "야 나는 해설 제일 못하는데 하잖아"라고 맞받아쳤다. 이 순간 류중일 감독을 비롯해 덕아웃 전체가 웃음바다가 됐다. 현역 시절부터 재치 넘치는 입담이 돋보였던 조성환 위원은 올 시즌부터 해설 마이크를 잡고 있다. 초보 해설위원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뛰어난 해설을 선보이며 시청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 "여기가 다 2군인데..." - kt 조범현 감독
kt는 28일 오전 보도 자료를 통해 새 외국인 타자 댄 블랙의 영입에 대해 발표했다. 외국인 투수 대신 타자를 영입했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었다. '영상을 보고 어땠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조범현 kt 감독은 "많이 못 봤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그 후 '퓨처스리그에서 점검 후 활용할 계획인 것인가'에 대한 물음에 조 감독은 "여기가 다 2군인데..."라며 웃었다. 아직은 전력상 다소 부족한 kt의 상황을 표현한 것. 하지만 kt는 이날 LG를 상대로 선발 4-0 영봉승을 거뒀다. 그것도 정대현의 7이닝 무실점 등 투수들의 호투가 이어진 명품 경기였다.
▲ "코만 풀렸어, 코만" - 한화 정근우
정근우는 올 시즌 타격 슬럼프에 시달리며 고전하고 있다. 지난 26일 대전 KIA전을 앞두고도 '타격 부진의 답답함이 좀 풀리느냐'는 물음에 "코만 풀렸다"는 농담으로 고개를 가로 저었다. 캠프 때 당한 턱 부상 이후 타격 밸런스가 무너지며 땅볼 타구만 양산 중이다. 하지만 28일 KIA전에서 모처럼 2안타를 터뜨리며 슬럼프 탈출을 예고했다. "땅볼 타구가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살아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는 게 그의 말이다.
▲ "오~ 이찌방. 잘해라" - KIA 김기태 감독
한화 투수 박성호는 지난 27일 대전 KIA전을 앞두고 외야 불펜에서 훈련을 마친 뒤 3루 원정 덕아웃의 KIA 선수들과 해후했다. 지난 6일 트레이드로 KIA에서 한화로 이적하고 첫 만남. 그때 배팅 케이티 쪽에서 김기태 KIA 감독과 마주치고 인사했다. 김 감독은 박성호의 등번호 1번을 보고는 "오~ 이찌방. 잘해라"고 격려. '첫 번째, 일등'의 뜻을 갖고 있는 이찌방이란 일본어로 표현하며 옛 제자의 건승을 기원했다.
▲ "절대 모자 안 벗을거에요" - 롯데 문규현
롯데 자이언츠 내야수 문규현은 빼어난 패션센스를 뽐낸다. 예전에는 자주 머리스타일을 바꾸기도 했다. 야구모자에 가려 보이지 않는 머리지만, 많은 선수들은 머리스타일을 바꾸며 스트레스를 푼다. 요즘 문규현은 예전만큼 자주 머리스타일을 바꾸진 않지만, 여전히 남다른 센스를 자랑한다. 그런데 이번에 만진 머리가 마음에 들지 않았나보다. 모자 한 번만 벗어달라는 후배들의 목소리에도 "절대 안 벗을거야"라고 단호하게 잘라 말한다. 투블럭으로 시원하게 머리를 했는데, 뒷통수 부분은 붓 모양처럼 머리카락을 남겨뒀다. 후배 홍성민은 "어, 오랑캐다"라고 말해 더그아웃을 뒤집어놓았다. 문규현의 응징이 가해졌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