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치 본전’ 강정호, PIT 도박 적중했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5.30 06: 00

처음에는 누구나 도박이라고 했다. 검증되지 않은 선수, 그리고 실패 사례가 많은 아시아 출신 내야수를 영입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디오 영상을 충분히 봤고 충분한 컴퓨터 시뮬레이션도 병행했다”라며 자신감을 내비친 피츠버그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음이 서서히 증명되고 있다. 강정호(28, 피츠버그)가 투자 대비 대박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강정호는 29일(이하 한국시간)까지 34경기에 나가 104타수를 소화하며 타율 3할8리, 출루율 3할7푼1리, 장타율 4할6푼2리, OPS(출루율+장타율) 0.832를 기록 중이다. 29일 샌디에이고전에서 비거리 130m를 훌쩍 넘는 시즌 3호 홈런을 터뜨리는 등 17타점을 수확했다. 5월 타율은 21경기에서 3할2푼1리, 선발로 나섰을 때의 타율은 3할2푼6리다. 팀의 시즌 초반 문제였던 5번 타순의 해결사이기도 하다. 5번으로 한정했을 때 팀 내에서 강정호보다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선수는 없다.
여기에 팀 선발 라인업의 유연성을 확보하는 데도 한 몫을 거들고 있다. 본 포지션인 유격수는 물론, 3루수까지 능수능란하게 소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클린트 허들 감독은 휴식이 필요하거나 타격이 부진한 선수를 빼고 강정호를 적시적소에 활용하고 있다. “내야 전 포지션을 볼 수 있는 유틸리티 선수로 팀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피츠버그의 전망은 지금까지 제대로 맞아 떨어지고 있다.

이런 강정호의 놀라운 활약을 증명하는 또 하나의 지표는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WAR)이다. 주전 선수가 부상을 당했을 때 투입되는 대체선수에 비해 얼마나 많이 팀 승리에 기여했는지를 계산하는 이 수치에서 강정호는 팀 내 최상위권에 위치하고 있다. ‘팬그래프닷컴’의 산출 방식에 따르면 강정호는 1.4의 WAR로 앤드루 매커친(1.5)에 이어 2위다. ‘베이스볼레퍼런스’의 방식을 따르면 1.5로 매커친과 동률 1위다.
WAR은 최근 메이저리그(MLB) 팀에서도 연봉 산정의 기준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정확한 산정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대개 1의 WAR당 500~600만 달러의 가치가 있다고 평가한다. 피츠버그는 강정호와 계약할 당시 포스팅 금액으로 약 500만 달러, 그리고 4년치 연봉으로 1600만 달러를 제시했다. 연간 400만 달러, 포스팅 금액까지 합치면 연간 525만 달러 정도를 투자한 셈인데 이 수치만 보면 강정호는 지금까지의 활약만으로도 올해 연봉 값을 다 한 셈이 된다.
그렇다면 강정호의 WAR은 리그 전체로 봤을 때 얼마나 좋은 성적일까. 팬그래프닷컴을 기준으로 강정호의 WAR은 100타석 이상 소화한 선수 중 52위에 해당된다. 또한 유격수로 한정하면 브랜든 크로포드(샌프란시스코, 2.1), 호세 이글레시아스(디트로이트, 1.5)에 이은 당당한 전체 3위다. 지난해 피츠버그의 주전 유격수 조디 머서는 2.0의 WAR을 기록했는데 WAR이 누적 개념임을 고려하면 이 수치는 초과할 공산이 매우 높다.
물론 아직은 MLB에 적응하는 단계고 앞으로 어떤 시련을 겪을지는 알 수 없다. 투수들의 견제, 장거리 이동에 따른 피로 극복, 필연적으로 찾아올 타격 슬럼프 등에 고전할 수도 있다. WAR이 선수의 가치를 판단하는 절대적인 지표도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강정호는 시즌 초반 피츠버그에 투자 이상의 효율은 안기고 있으며 충분히 ‘본전 이상’의 계약이 될 가능성을 유감없이 발휘했다고 볼 수 있다. 피츠버그의 도박은 적중했다. 닐 워커의 이적에 대비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도박이 대박이 될 확률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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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츠버그=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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