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군 선수들이 화려한 조명탑 불빛 아래 그라운드를 누빌 때 2군 선수들은 땡볕에서 희망찬 내일을 꿈꾸며 오늘도 구슬땀을 흘립니다. "1군에서 선발로 한 번만 뛰어보고 싶다"는 2군 선수들의 꿈과 희망은 현실이 되기도 합니다. 내일의 스타를 꿈꾸며 오늘을 살고 있는 2군 유망주들을 OSEN이 한 명씩 소개합니다.
신인 1차지명을 받고 올해부터 두산 베어스 유니폼을 입고 있는 서울고 출신 우완투수 남경호(19)는 이미 1군 경험이 있다. 아직 미완의 대기라는 평을 받지만 1군 데뷔와 함께 두려움 없는 투구로 눈도장을 받았다. 김태형 감독도 “던지는 것을 보니 끼가 있다”며 흐뭇해했다.
아직 기술적으로 보완할 점도 있고 부상까지 겪어 지금은 실전에 나서지 못하고 재활 중이지만 남경호가 장차 두산 마운드를 이끌어갈 재목이라는 사실엔 변함이 없다. 남경호의 피칭 시계는 5월 1일 대구 삼성전을 끝으로 멈춰 있지만, 곧 퓨처스리그 실전 마운드에 오르며 1군 재진입을 준비할 것이다.

지금은 재활군에서 실전 등판에 대비하고 있다. 남경호는 “1군에 있을 때는 통증이 가벼워 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던졌는데 어깨에 염증이 생겼다고 들었다. 곧 실전을 위한 연습에 들어간다”고 근황을 전했다. 불펜 피칭 이전 단계들은 지난주에 모두 소화했다.
1군 경험은 짧았지만 강렬했다. 3경기에서 4이닝 5실점(4자책)했지만, 첫 2경기에서는 2⅔이닝 동안 피안타 없이 6탈삼진 1볼넷 무실점 돌풍을 일으켰다. 데뷔 순간부터 선전할 수 있었던 비결을 묻자 남경호는 “처음 올라가면 겁을 먹게 될 것 같았는데, 자신 있는 피칭을 한 점이 좋았다. 배짱 있게 하려고 다짐했던 것이 처음에 좋은 결과가 된 것 같다”는 의견을 전했다.
사실 지금 생각해도 예상보다는 빠른 1군행이었다. 두산 스카우트팀은 지명 당시 남경호가 1군 전력이 될 때까지 2년 정도는 걸릴 것이라 내다봤고, 본인도 대만 전지훈련을 앞두고 있던 1월에 “(엔트리가 확대되는) 9월 정도에 1군에 가보는 것이 목표다”라고 말했을 정도다. 이에 대해서는 “1군에 빨리 올라온 만큼 좋은 피칭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행운이었다. 시범경기 때도 그렇고 정규시즌 개막 후에도 1군에 오게 되어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겁 없이 타자들을 상대했던 순간도 많았지만 한수 배웠던 때를 가장 인상 깊은 기억으로 꼽았다. 남경호는 “이승엽 선배님과 승부했던 것이 가장 인상 깊었다. 어렸을 때부터 봐왔던 대단한 선배님이신데 이기고 싶어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가서 밸런스가 무너지기는 했지만 마운드에서 선배님과 대결한다는 게 동기부여가 됐다”고 돌아봤다. 당시 남경호는 이승엽에게 볼넷을 허용했지만, 다음 만남에서 멋지게 설욕할 잠재력은 충분하다.
약점은 와인드업 할 때와 셋 포지션으로 던질 때 차이다. “와인드업을 할 때는 주자가 없고 여유가 많아 최대한 힘을 잘 살려서 던질 수 있는데 세트 포지션으로 하면 밸런스 잡기가 조금은 힘들다.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이 남경호의 생각이다. 아마추어 타자들에 비해 파워가 뛰어나고 노림수도 좋은 프로 타자들과 맞서려면 주자가 있을 때 (세트 포지션 상태에서) 좋은 피칭이 필요한 것은 당연한 부분.
남경호는 주 무기인 슬라이더도 더 가다듬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그는 “1군에서는 빠른 볼과 체인지업을 많이 던졌는데, 원래 가장 자신 있는 공은 슬라이더다. 그 때는 슬라이더가 잘 되지 않았지만 체인지업이 괜찮았다. 앞으로는 슬라이더와 셋 포지션 상태에서의 피칭을 보완해야 한다”는 말로 자신의 과제를 명확히했다.
재활에 도움을 주고 있는 이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광우 코치님이 가장 많은 도움을 주고 계시다. 붙잡고 운동도 많이 시켜주셔서 몸 상태가 빨리 돌아온 것 같다. 이현승 선배님께도 피칭에 대한 조언을 구했는데 완급조절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다. 같은 구종도 빠르게 던졌다 느리게 던졌다 하면 타이밍을 빼앗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하셨다”며 남경호는 이 코치와 이현승을 향해 감사하는 마음을 전했다.
“아프지 않고 꾸준한 선수가 되는 것이 목표였는데 한 번 아프고 나니 (건강을) 더 명심하게 됐다”는 남경호에게 빠른 부상은 걸림돌이 됐지만 어쩌면 몸 관리의 중요성을 일찍 깨닫게 해준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 빠른 성장으로 구단의 기대보다 빠르게 1군 마운드에 섰던 남경호가 또 한 번의 도약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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