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던지는 게 꿈이었어요”.
올 시즌 신생팀 kt 위즈에서 가장 이목을 끄는 건 역시 젊은 투수들이다. kt는 최근 외국인 투수 앤디 시스코를 방출시키며, 외국인 타자 댄 블랙과 계약했다. 타자를 데려온 이유 중 하나는 어린 투수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기 위해서다. 그리고 그 투수들의 성장 스토리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대졸 신인 조무근(24)도 그 중 한 명이다.
조무근은 성균관대학교 재학 당시 ‘2015 2차 신인지명회의’에서 6라운드 전체 54순위로 kt 유니폼을 입었다. 그는 상원고등학교 시절부터 삼성의 지명 후보로 언급될 정도였다. 하지만 대학 진학을 택했다.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포수에서 투수로 전향했고, 투수로 성장할 시간이 더 필요했다. 조무근은 “고등학교 때 투수로 바꾸면서 학교를 1년 더 다니기도 했다. 2학년 때 은사님이신 박영진 감독님께서 제의하셨다”라고 말했다.

조무근은 그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투수에 대한 로망이 있었기 때문. 그는 “예전부터 투수를 하고 싶었다. 그리고 포수로서 어깨가 안 좋았다. 또 포수를 하기에는 키가 너무 커버렸다”라고 말했다. 조무근은 198cm로 2m에 가까운 뛰어난 신장을 자랑한다. 지명 당시 조찬관 kt 스카우트 팀장은 “가장 흥미로운 선수다. 공이 나오는 각이 워낙 좋아서 쉽게 난타당하지 않는 선수다”라며 칭찬했다. 지명 순위는 그리 높지 않았지만, 큰 기대를 모았다.
1군 출전 기회도 생각보다 빠르게 돌아왔다. 조무근은 4월 30일 1군에 등록돼 1경기에 출전 2이닝 4실점(비자책)을 기록하고 지난 2일 다시 2군으로 내려갔다. 조무근은 “처음에는 ‘잘 할 수 있을까’, ‘내가 그 정도 레벨이 될까’라는 걱정이 먼저 들었다. 그래도 감독님, 코치님들이 좋은 면을 보고 올리신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회상했다. 그리고 지난 17일 다시 1군 부름을 받았다.
20일 마산 NC전에선 데뷔 첫 선발 등판 무대를 가졌다. 조무근은 주무기 슬라이더를 앞세워 5이닝 4피안타 1볼넷 4탈삼진 무실점으로 깜짝 호투를 펼쳤다. 24일 수원 한화전에선 엄상백(3⅔이닝 4실점)에 이어 마운드에 올라 2⅔이닝 1피안타 1볼넷 2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를 이어가며 데뷔 첫 승을 따냈다.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으나, 본인에겐 가장 기뻤던 순간이다. 그는 “지금껏 야구를 하면서 기분이 가장 좋았다. 지명 받았을 때보다 기뻤던 것 같다”라고 회상했다.
조무근은 올 시즌 선발과 구원을 오가며 5경기에 등판해 1승 평균자책점 0.69(13이닝 1자책점)으로 깜짝 활약을 펼치고 있다. 기회만 있다면 어떤 보직도 마다하지 않는다. 조무근은 어떤 보직이 편하냐는 질문에 “가리지 않는다. 투수를 하면서 꿈이 매일 던지는 것이었다. 마무리에 대한 꿈도 이었다”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조무근은 올 시즌 포부에 대해 “일단 1군에 계속 있고 싶다. 그리고 필요할 때 부르면, 믿음이 가는 선수가 되고 싶다”는 각오를 전했다.
아직은 5경기 출전, 13이닝 소화에 불과하다. 더 많은 경기를 지켜봐야겠지만, 조무근이 보여주고 있는 가능성은 분명 kt 마운드에 큰 보탬이 되고 있다. 앞으로도 조무근의 성장을 지켜보는 일은 kt팬은 물론이고 야구팬들에게 흥미로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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