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치부심' 김현수의 의지 보여준 맨손 타격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5.05.31 06: 01

두산 베어스의 간판타자 김현수(27)가 절치부심 끝에 상황을 바꾸는 한 방을 만들어냈다.
김현수는 지난 30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kt wiz와의 경기에 3번타자(좌익수)로 선발 출장해 3타수 1안타 2볼넷 2타점으로 팀의 7-4 역전승에 기여했다. 특히 팀이 승부를 뒤집는 과정에서 2타점 적시타를 쳐준 것이 컸다.
이날 김현수의 타격에서 이목을 끈 것은 ‘맨손 타격’이었다. 거의 모든 타자들은 배팅 장갑을 착용하고 타석에 들어선다. 제대로 맞지 않았을 때 손에 전해지는 충격을 일부 흡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장갑을 끼면 스윙 시 배트가 미끄러지는 현상도 방지할 수 있다.

하지만 타격을 하며 그 감각을 더 잘 느끼기 위해 ‘맨손 타격’을 선호하는 선수들도 있다. 가장 유명한 예가 ‘괴물’ 블라디미르 게레로다. 긴 팔로 스트라이크존에서 벗어난 바깥쪽 낮은 공까지 걷어올려 홈런을 만들어내던 게레로는 장갑 없이 메이저리그 통산 449홈런을 기록했다. 뉴욕 양키스의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인 호르헤 포사다 역시 맨손 타격을 대표했던 타자다. 지금은 파워히터인 에반 개티스(휴스턴 애스트로스)가 선두주자다.
김현수가 잠시 장갑을 내려놓은 이유는 단순했다. 30일 수원 kt전을 마친 뒤 김현수와 이야기를 나눈 구단 관계자는 “맨손으로 타격을 하게 된 이유는 요즘 잘 맞지 않아서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기 위해서였다. 해보니 특별히 큰 차이는 없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두 타석에 들어선 뒤 김현수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갔다. 첫 두 타석에서 엄상백의 공을 공략하지 못해 2타수 무안타에 그쳤던 김현수는 6회초 오른손에만 장갑을 낀 채 들어와 볼넷을 골랐고, 팀이 1-4로 뒤지던 7회초 2사 만루에는 양 손 모두 장갑을 착용한 원래 모습으로 돌아와 장시환을 상대로 3-4로 쫓아가는 2타점 좌전 적시타를 뽑아냈다. 8회초 마지막 타석에서는 고의 볼넷을 얻어 출루했다.
세 번째 타석부터 장갑을 다시 찾게 된 것은 손이 미끄러지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두산 관계자는 “두 번 정도 해보니 배트가 손에서 미끄러졌다고 하더라”며 이유를 설명했다. 다행히 이후 세 타석에서는 모두 출루하는 모습으로 마무리가 됐다.
비록 맨손으로 타격에 임한 두 타석 자체가 김현수에게 좋은 결과를 가져다주지는 못했다. 그러나 타격감을 잡기 위해 장갑까지 벗어던질 만큼 절실했던 마음가짐은 팀이 역전승으로 갈 수 있는 원동력을 만들어냈다. 여러 방면으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김현수가 곧 합류할 데이빈슨 로메로와 함께 만들어낼 시너지 효과도 두산으로서는 기대하고 있는 부분이다.
nick@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