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 악령’ 亞투수, MLB길 막힐까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5.31 06: 00

아시아를 대표하는 투수들이 부상 악령에 울고 있다. 전례가 있으면 뒤이어 동참하기는 쉽지 않을 일. 때문에 한동안 거칠게 불었던 아시아 출신 투수들의 메이저리그(MLB)행 러시가 주춤할 것이라는 전망도 힘을 얻고 있다.
올 시즌 아시아를 대표했던 투수 4인방은 모두 부상으로 시즌 아웃이 됐거나 현재 부상자 명단에 머물고 있다.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후보 중 하나였던 다르빗슈 유(텍사스)는 시즌 전 팔꿈치인대접합수술(토미존 서저리)을 받고 일찌감치 시즌을 접었다. 내년 개막을 함께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MLB 진출 후 2년간 합계 28승을 따냈던 류현진(LA 다저스)은 어깨 통증에 시달린 끝에 결국 어깨 관절경 수술을 받았다. 역시 시즌아웃이며 내년 개막전 출전이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그 외의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팔꿈치 부상 통보를 받고 수술 대신 재활을 선택했던 다나카 마사히로(뉴욕 양키스)는 올해 손목과 팔뚝에 부상을 입고 한 달가량 전열에서 이탈해 있다. 지난해 손가락 부상이 있었던 이와쿠마 히사시(시애틀) 또한 이번에는 등 부상으로 부상자 명단(DL)에 올라 있다. 두 선수는 조만간 복귀할 예정이지만 다나카는 부상 재발 우려, 이와쿠마는 적지 않은 나이 때문에 우려의 시선을 모으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에 현지에서도 아시아 선수들의 내구성을 의심하는 시선이 모이고 있다. 아시아 선수들이 꾸준하게 부상 없이 활약한 전례가 드물다는 것이다. 굳이 따지자면 구로다 히로키 정도가 예외라고 볼 수 있다. 아시아 최다승을 따낸 박찬호 또한 어깨나 팔꿈치는 문제가 없었으나 고질적인 허리 통증이 있었다. 노모 히데오, 마쓰자카 다이스케 등 MLB를 강타한 선수들도 결국 부상으로 자신의 커리어를 깔끔하게 정리하지 못했다.
현지에서는 “이미 일본과 한국 등 자국리그에서 적지 않은 공을 던진 선수들이라 필연적으로 부상 위험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선수들이 MLB에 진출하려면 자국에서 최소 6~7년을 뛰어야 자격이 생긴다는 점이다. 다나카는 물론이고 다르빗슈, 류현진도 적지 않은 금액(포스팅 포함)을 받고 미국으로 넘어갔다. 이런 상황에서 1년 이상의 장기 부상에 시달린다면 팀으로서는 큰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물론 이는 언론의 이야기일 뿐이다. 아직까지 MLB 팀에서 이런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정황은 없다. 내셔널리그 팀의 한 스카우트는 이에 대한 질문에 “미국이나 서양 선수라고 해서 다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많은 선수들이 팔꿈치 수술을 받았고 어깨를 다치는 선수들도 적지 않다. 아시아 선수들이라고 해서 특별히 부상이 더 찾아온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어디까지나 개인차가 있을 뿐”이라고 답변했다. 이 스카우트는 “부상에 대한 위험도 체크는 아시아 선수들이나 쿠바 선수들이나 동일한 기준에서 이뤄진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계속해서 이런 상황이 벌어진다면 이들의 뒤를 이어 MLB에 갈 선수들이 타격을 받을 수는 있다. 실패한 FA 계약에 따른 교훈이 업데이트되는 것과 비슷하다. 한 에이전트는 “지난해 가네코 지히로와 김광현의 경우는 많은 팀들이 그들의 능력보다는 몸 상태에 대한 관심을 많이 보였다. 철완으로 불렸던 다르빗슈와 다나카의 부상이 어느 정도 영향을 줄 수 있지 않겠는가”라며 썩 달갑지는 않은 일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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