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운동 선수의 성공 여부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로 기량, 멘탈(정신력), 환경(팀, 감독, 부상) 등이 꼽힌다. 한국 축구대표팀의 '캡틴' 기성용(26, 스완지 시티)이 멘탈까지 탑재하며 삼박자를 모두 갖춘 완전체로 진화하고 있다.
광주 출신 축구 스타 기성용은 지난 30일 오후 특별한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광주FC와 제주 유나이티드의 K리그 클래식 경기가 열린 광주월드컵경기장을 찾아 팬들과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 광주FC 개인 최대 주주(4000주)인 기성용은 부친인 기영옥 광주 단장과 함께 경기 시작 40분 전부터 남문 게이트(롯데마트 앞)에서 경기장에 입장하는 팬들과 일일히 하이파이브를 하며 교감했다.
사인회 대신 하이파이브를 선택한 이유를 들어 보니 기성용의 진심 어린 배려를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오랜만에 K리그에 와서 팬들과 만나 뜻깊은 시간이었다"며 "사인회는 시간도 오래 걸리고, 광주 선수들도 있는데 폐를 끼치는 것 같아 하이파이브를 했다. 사인회 만큼 뜻깊은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광주 선수들이 받아야 할 스포트라이트가 온전히 자신에게 향하는 것을 우려한 발언이었다.

그러면서 기성용은 광주를 위해 의미 있는 일을 계획하고 있냐는 질문에도 현답을 내놓았다. 그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는 않았다. 현역 선수로 뛰고 있기 때문에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게 맞는 것 같다"며 "은퇴 시점이 다가올 때 구체적으로 더 힘을 쏟겠다. 지금은 선수로 운동장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이후 광주 관계자의 입에서 나온 말은 뜻밖이었다. 기성용 본인이 한 선행을 알리지 않자 대신 공개한 것이다. 광주 관계자에 따르면 지역 소외 계층과 광주FC에 각 1000만 원씩 쾌척하며 고향 광주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기성용은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쑥스러운듯 그제서야 입을 열었다. "축구 선수로 그라운드 안팎에서 모범적인 일을 하고 싶었다. 내가 광주에서 태어나 특별한 마음이다. 어려운 분들을 도와주는 것도 내가 할 일이다. 지금뿐만 아니라 지속적으로 어려운 분들을 돕기 위해 좋은 일을 할 것이다. 책임감을 갖고 많은 활동을 하겠다."
기성용은 올 시즌 스완지에서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서 8골을 터뜨리며 팀 내 최다 득점자에 이름을 올렸다. 스완지 팬들이 선정한 올해의 선수에 선정되며 유럽 무대 진출 이후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스완지도 기성용의 활약 덕분에 구단의 EPL 최다 승점을 갈아치우며 8위로 마감했다. 태극마크를 달고서도 눈부셨다. 올해 초 열린 호주 아시안컵서 슈틸리케호의 주장 완장을 차고 27년 만의 준우승을 이끌었다. 영국 스카이스포츠 등 현지 언론은 아스날이 기성용의 영입에 접근하고 있다고 보도하며 높아진 위상을 실감케 했다.
기성용은 "휴가 중이어서 인터넷을 통해 소식을 접했다. 그렇게 큰 구단에서 관심을 보였다면 뜻깊은 일이다. 올 시즌 좋은 모습을 보여줘 관심을 받는 것 같다"고 겸손의 미덕을 보이면서 "지금은 휴가 중이라 축구를 내려놓는 시간이다. 항상 말해왔듯 내가 충분히 활약할 수 있고, 나를 필요로 하는 팀이 최고의 팀이다. 지난 시즌에도 이런 부분이 잘 드러났다. 내 마음은 항상 똑같다"고 스완지에 변함 없는 애정을 드러냈다.
삼박자를 모두 갖춘 기성용에겐 창창한 앞날만이 기다리고 있다. 그의 장밋빛 미래는 우리의 마음을 얼마나 더 설레게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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