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400홈런 도전, 아쉬움 남긴 LG의 승부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5.05.31 17: 46

삼성 이승엽의 KBO리그 사상 첫 통산 400홈런 대기록 도전이 다음 경기로 미뤄졌다. 31일 삼성-LG전이 열린 잠실구장에는 대기록을 보기 위해 찾은 야구팬들로 가득했고, 이승엽의 스윙 하나 하나에 숨죽이며 집중했다. 
2회 첫 타석에서 우익수 키를 넘기는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때리며 2루타로 시작한 이승엽은 4회 무사 1루에서 2루 땅볼을 쳤고, 5회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도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7회 무사 1루에서는 몸에 맞는 볼로 출루했지만 7구에 우측 파울 홈런을 날리며 잠실구장을 들어다 놨다. 
이어 9회 2사 2루에서 이승엽이 마지막 타석에 등장했다. 이미 승부가 9-3으로 6점차를 리드한 삼성 쪽으로 기울어 있었지만 관중들은 자리를 뜨지 않았다. 이승엽의 400홈런이 혹시나 터질지 모르고, 승부를 떠나 대기록을 눈앞에서 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러나 LG 배터리는 이승엽과 승부를 하지 않았다. 포수 유강남은 홈프레이트 바깥쪽으로 거의 빠져 앉았고, 투수 신승현은 바깥쪽 공만 4개 연속으로 던졌다. 4개의 공 모두 직구. 승부를 할 마음이 없어 보였다. 포수가 일어서지만 않았을 뿐 사실상 고의4구였다. 
마지막 타석에서 스윙 한 번 휘두르지 못한 이승엽은 담담하게 1루로 걸어 나갔지만 팬들은 아쉬움 섞인 시선으로 그라운드를 바라봤다. 이승엽의 볼넷 직후 하나둘씩 자리를 뜨는 관중들도 보였다. 대기록을 기대했던 팬들의 맥을 빠지게 한 장면이었다. 
물론 6점차라고 해서 경기가 끝난 것은 아니다. 1루 베이스가 비어 있었기 때문에 타격감이 좋은 이승엽보다는 박해민과 승부하는 것도 당연했다. LG는 박해민을 유격수 내야 뜬공으로 처리하며 추가 실점 없이 9회초를 마쳤다. 그러나 9회말 삼자범퇴로 경기는 그대로 끝났다. 
이날 경기로 삼성과 주말 시리즈를 스윕당하며 4연패 늪에 빠진 LG로서는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는 야구를 해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 6점차에서 신중하게 승부하는 것도 일견 이해가 간다. 그러나 당당한 정면승부를 기대한 이들이 볼 때 LG의 승부는 대기록의 희생양이 되고 싶지 않은 듯했다. 
한편 이승엽의 400홈런 도전은 내달 2~4일 포항구장에서 열리는 롯데와 홈 3연전으로 이어진다. 이승엽에게 포항은 약속의 땅이다. 2012년 개장한 포항구장에서 지난 3년 동안 20경기에서 9개 홈런을 쳤다. 특히 지난해 포항 9경기 홈런 7개로 무섭게 몰아쳤다. 올 시즌 첫 포항 시리즈에서 이승엽이 대망의 400홈런을 고지를 점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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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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