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훈선수 인터뷰는 케첩을 불렀고, 케첩은 5일 뒤 로진백을 불렀다. 분위기 좋은 롯데 더그아웃의 한 장면이다.
롯데 자이언츠 주전 내야수 가운데 2루수 정훈(28)과 황재균은 동갑내기다. 2006년 현대에 함께 입단한 동기니 벌써 인연이 10년이나 된다. 정훈이 잠시 야구를 그만두고, 또 군대도 다녀오면서 굴곡이 조금 있었지만 지금은 둘 다 롯데를 지탱하는 거대한 대들보다.
동갑내기 친구다보니 장난도 많이 친다. 지난 주에는 정훈과 황재균이 한 번씩 생각지도 못한 걸 뒤집어썼다. 먼저 당한 건 정훈, 지난 달 26일 인천SK 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SK전에서 데뷔 첫 연타석홈런을 날린 뒤 수훈선수에 선정됐다. 당시 수비때문에 마음고생이 심했던 정훈은 진지한 목소리로 방송인터뷰에 임했는데, 갑자기 황재균이 케첩통을 들고 난입해 머리위에 뿌렸다.

이 장면을 재미있게 지켜 본 야구팬들은 정훈을 감자튀김으로 합성했고, 황재균은 다음 날 계속해서 정훈을 '감자튀김'이라고 놀렸다. 정훈은 조용히 복수의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기회는 빨리 찾아왔다. 이번에는 황재균이 지난 달 31일 울산 문수구장에서 열린 한화전에서 데뷔 첫 연타석포를 날렸다. 황재균이 수훈선수 인터뷰를 하는데 갑자기 롯데 유니폼을 입은 괴한 2명이 카메라 포커스에 잡혔다. 정훈과 오승택이었는데, 한 명은 로진백을 들고 다른 한 명은 물을 갖고나왔다. 황재균 머리에 로진백을 뿌린 뒤 물을 붓자 마치 시멘트에 물을 부은 것처럼 굳어버렸다. 백발이 된 황재균은 다비드상이 되어버렸다.
경기 후 만난 황재균은 "머리가 벌써 딱딱해졌다"면서 울상을 지었다. 감자튀김 사건에 제대로 복수를 당한 황재균은 "그래도 훈이는 놀리기 좋은 친구"라고 말했다.
사건이 있었다. 지난 달 30일 경기에서 정훈은 1회 선두타자로 등장해 중전안타와 도루로 2루를 밟았다. 2번타자 황재균은 3-유간 깊은 타구를 쳤는데, 유격수 권용관의 다이빙캐치에 걸렸다. 황재균은 내야안타를 생각하고 아픈 다리를 이끌고 1루까지 힘껏 뛰었는데 정훈이 안타로 생각해 스타트를 끊었다가 3루에서 태그아웃을 당했다.
1루에 도착한 황재균의 표정은 허탈 그 자체였다. 정훈이 안 뛰었다면 내야안타가 되기에 충분했지만 3루에서 아웃을 당해 내야땅볼 처리가 되었기 때문이다. 황재균은 "솔직히 1루에서는 좀 화가 났는데, 더그아웃에 가서는 완전히 잊어먹었다. 대신 그날 훈이한테 '내 안타 돌려내'라고 한 200번은 놀린 것 같다"며 "오늘 복수를 당했다"고 웃고 말았다. 이렇게 동갑내기 내야수의 우정과 추억은 하나 더 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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