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야구팀] 야구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라운드에는 오늘도 수많은 말들이 오가고 있다. 웃음 폭탄을 유발하는 농담부터 뼈있는 한마디까지 승부의 세계에서 흘러나오는 말에 귀가 솔깃한다. 주말 3연전에서 과연 어떤 말들이 흘러나왔을까.
▲ "비디오 몇 번이나 돌려봤나 모르겠어요" - A구단 모 투수
31일 A구단과 B구단의 3연전 마지막 경기가 열렸다. 경기를 앞둔 선발투수는 무척 예민한데, 때문에 어지간한 일이 아니면 누구도 건드리지 않는다. 그런데 A구단 선발투수는 B구단 후배를 만나 "형 쿠세(투구 버릇) 우리는 다 알고 있어요"라는 말을 들었다. 웃고 넘어갔지만, 신경이 안 쓰일 수 없는 말이다. 그날 A구단 투수는 승리를 거뒀는데, 경기 후 "찜찜해서 경기 앞두고 비디오 몇 번이나 돌려봤는지 모르겠다. 나도 모르는 버릇이 있나 확인했는데, 경기 들어가서는 신경쓰지 않고 던졌다. 날 견제하려고 한 말인지는 모르겠는데, 다행히 오늘 결과가 좋았다"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 "아이언맨 슈트라도 하나 맞춰야 하나" - SK 정상호
정상호는 올 시즌 10번의 몸에 맞는 공을 기록해 리그 1위 기록을 가지고 있다. 수난은 타석에서만 끝나지 않는다. 포수인 정상호는 최근 유독 많은 파울 타구를 맞고 있다. 급기야 28일 인천 롯데전에서는 무릎 관절에 파울타구를 맞고 고통을 호소한 끝에 경기 도중 교체됐고 그 후 2경기나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됐다. 온몸이 멍투성이라는 것이 구단 관계자들의 설명. 정상호는 이에 대해 "파울타구의 고통은 포수만이 안다. 보호대를 차지만 보호대가 없는 공으로 공이 날아온다. 그게 포수들 사이에서 말하는 가장 큰 아이러니"라면서 "(전신을 보호할 수 있는) 아이언맨 슈트가 필요할지도 모르겠다"고 씁쓸히 웃었다. 정상호는 31일 인천 넥센전에 선발 라인업에 복귀했다. 과연 그는 앞으로 공을 피해갈 수 있을까.
▲ "박병호, 허웅 때문에 메이저리그 못 갈지도 몰라" - SK 조동화
지난 30일 인천 SK-넥센전. 박병호는 8회 2루타를 치고 나갔으나 2루에 있다가 포수 허웅의 견제에 걸려 아웃당했다. 다음날 조동화는 "박병호가 허웅 때문에 메이저리그 못 갈지도 모른다"며 농담을 던졌다. 30일 경기에 시즌 후 포스팅 시스템 신청 자격을 갖추는 박병호를 보기 위해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다수 와있었기 때문. 물론 견제 한 번에 메이저리그행이 결정될리 만무하기에 나오는 농담이자 같은 팀 후배의 활약에 대한 두둔이었다.
▲ “수비형에서 벗어나려고요” - 두산 김현수
두산 외야수 김현수는 30일 수원 kt 위즈전에 앞서 더그아웃에서 열심히 스윙연습을 하고 있었다. 이미 프리배팅이 끝난 상황이었지만, 더그아웃 내에서도 스윙에 열중하고 있었다. 지나가다 이를 지켜본 유지훤 수석 코치는 김현수를 향해 “쉴 때는 쉬어라”고 말했다. 김현수는 유 코치의 말에 배트를 내려놓으며 “수비형에서 벗어나려고요”라면서 “너무 수비형이라 공격형으로 가려고요”라고 대답했다. 최근 중심타선에서 제 몫을 못해준 것에 대한 미안함이 묻어나왔다. 하지만 김현수는 kt 3연전에서 6타점을 쓸어담으며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 “어제 봤지? 홍당무 된 거” - kt 조범현 감독
조범현 감독은 31일 수원 두산 베어스전에 앞서 취재진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러던 중 고졸 신인 투수 주권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주권은 올 시즌을 앞두고 조 감독이 가장 기대를 걸었던 유망주 투수 중 한 명. 하지만 1군에서 3경기에 출전해 평균자책점 10.80으로 부진했다. 특히 30일 두산전에선 아웃카운트를 1개도 잡지 못하며 1피안타 1볼넷 2실점했다. 그리고 31일 경기에 앞서 1군 엔트리서 제외된 것이다. 조 감독은 주권에 대한 질문에 “어제 봤지? 홍당무 된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 감독은 “2군에서 더 던지게 해야 할 것 같다”며 아직은 부족함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