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힘으로 두 달 만에 신분 상승을 이끌어낸 강정호(28, 피츠버그)가 이제 팀의 주전 유격수인 조디 머서를 넘어 메이저리그(MLB) 전체 유격수 판도에 당당한 도전장을 내미는 형국이다. 아직은 섣불리 이야기하기 어려운 점이 있지만 적어도 지금 성적이라면 어깨를 펴도 된다.
강정호는 5월 31일(이하 한국시간) 펫코파크에서 열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경기에 결장했다. 클린트 허들 감독은 이에 대해 휴식 차원의 결장이라고 밝혔는데 인터뷰 내용을 곱씹을 만한 맛이 있다. 허들 감독은 “강정호가 4경기에 연속 출장했기 때문에 오늘은 쉬도록 했다. 선발 투수가 누구인지에 따른 수비조합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허들 감독은 현재는 4경기 연속이 최대지만 6월부터는 5경기 연속 선발도 가능하다는 말을 덧붙였다.
사실상 강정호를 주전 선수로 보고 있다는 의미다. 벤치 유틸리티 플레이어에게 이런 내용의 전망을 하지는 않는다. 유격수든 3루수든 두 포지션을 능수능란하게 볼 수 있는 강정호를 당분간 꾸준히 주전으로 쓰겠다는 계획으로 볼 수 있다. 모든 것이 의문투성이였던 강정호가 MLB 진출 후 두 달 만에 피츠버그의 어엿한 주전 선수로 발돋움한 것이다.

이런 페이스라면 6월 중 규정타석에 진입할 수 있으며 그렇다면 동등한 기준에서 다른 팀 유격수들과도 비교가 가능해진다. 강정호가 내고 있는 성적의 가치도 더 커짐은 물론이다. 5월 말 현재 MLB에서 유격수로 분류되는 선수 중 100타석 이상을 소화한 이는 총 30명이다. 단순하게 계산하면 팀 당 1명 정도다. 여기서 강정호의 성적은 당당히 상위권에 올라있다. 이 성적만 꾸준히 유지한다면 기록적으로는 TOP5 진입도 가능해진다.
현재 타율(.302)은 호세 이글레시아스(디트로이트, 0.338)와 조니 페랄타(세인트루이스, 0.304)에 이어 3위다. 0.828의 OPS(출루율+장타율)는 브랜든 크로포드(샌프란시스코, 0.868), 페랄타(0.866)에 이어 3위다. 0.800 이상의 OPS를 기록 중인 선수는 이글레시아스(0.822)까지 4명뿐이다.
여기에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WAR)에서는 1.6(ESPN 기준)을 기록해 당당히 3위에 올라있다. 크로포드(2.8), 페랄타(1.8)만이 강정호보다 좋은 WAR을 기록 중이다. 알더렐튼 시몬스(애틀랜타, 1.6), 이글레시아스(1.6)와 2~3위권에서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다. 1.0 이상의 WAR을 기록 중인 유격수 포지션 선수들도 10명에 불과하다.
OPS나 WAR을 선수를 보는 절대적 기준으로 판단할 수는 없겠지만 OPS는 전체적인 방망이 솜씨, WAR은 수비적인 측면도 고려가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앞으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이 정도 성적만 유지한다면 MLB 진출 첫 해만에 엄청난 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 강정호가 체력적인 관리, 상대 투수들의 견제를 이겨내고 ‘정상급’ 유격수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 팬들의 시선이 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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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디에이고=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