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 '공격야구'라는 팀컬러를 되찾았다. 연일 홈런포를 쏘아 올리면서 리그 팀홈런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1일 현재 롯데의 팀홈런은 80개로 1위, 팀득점은 509점으로 2위를 달리고 있다. 흥미로운 건 삼진도 451개로 리그 1위, 볼넷은 217개로 2위를 기록 중이다.
말 그대로 삼진에 대한 두려움없이 풀스윙을 하고 있다. 볼넷이 늘어난것도 선구안이 향상돼서라기 보다는 롯데에 장타력을 갖춘 선수들이 늘어가면서 투수들이 조심스러운 승부를 펼친 게 이유로 보인다. 롯데 공격이 환골탈태하게 된 비결로는 눈치보지 않는 선수들이 있다. 롯데 타자들은 "올해는 삼진을 당하고 더그아웃에 돌아와도 누구도 눈치를 주지 않는다. 오히려 루킹삼진을 당하면 혼난다"고 말한다.
그리고 뒤에서 묵묵히 선수들을 지도하는 한 남자, 장종훈 타격코치가 있다. 부산에 홀로 내려와 사는 '기러기 아빠'지만 퇴근 후 남는 시간을 롯데 타자들 동영상으로 보낸 덕분에 타격이 살아났다. 그래서 장 코치는 '화타'로 통한다.

장 코치의 특징은 최대한 선수 개성을 살리는 지도를 한다는 점이다. 이제 막 성장하는 중이거나 기술적인 지도가 필요한 선수들에게는 조언을 아끼지 않지만, 주축 선수들은 각자 개성을 존중해준다. 말없이 지켜보다 슬럼프에 빠지면 '너 타격폼이 예전에 비해서 어느 부분이 달라졌더라'고 지적하는 식이다.
강민호와 손아섭, 황재균 모두 장 코치에게 고개숙여 감사인사를 한다. 강민호는 "장종훈 코치님 조언 덕분에 막혔던 부분이 풀렸다"고 말할 정도다. 변화구 대처능력에 스트레스를 받던 강민호는 최대한 히팅포인트를 뒤에 놓고 쳤다. 그러다보니 더욱 타격이 힘들어졌다. 장 코치는 다른 팀에 있었던 작년에도 강민호의 타격장면을 보며 이 생각을 했지만 직접 조언을 한 건 정규시즌 시작 직후였다. 스스로 답을 찾도록 최대한 기다려 준 것이다.
손아섭은 4월 극심한 타격슬럼프를 겪었다. 하지만 장 코치는 손아섭을 건드리지 않았다. "워낙 자기 루틴이 확실하게 정해진 선수라 내가 따로 이야기할 건 없다. 손아섭이니 믿고 기다려 줄 것"이라는 게 장 코치의 설명이었다. 오히려 손아섭이 "(장종훈) 코치님이 계속 믿어 주시는데 안 맞아서 너무 죄송하다. 꼭 보답하겠다"고 말할 정도였다.
황재균 역시 마찬가지다. 황재균은 "장 코치님은 본인 스타일을 절대 강요하지 않으신다. 선수를 계속 지켜보다가 맞춤식으로 지도 해주신다. 타격 컨디션이 안 좋을 때는 코치님과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인데, 영상을 다 챙겨보고 오셔서 (좋았을 때와 나빴을 때) 차이점을 이야기 해주신다.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롯데 타선이 잘 나가지만 장 코치는 코치들 사이에서도 튀지 않고 묵묵히 맡은 일만 하고 있다. 이런 모습이 그를 더욱 빛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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