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다큐사랑', '더럽'의 가치 일깨우며 안녕![종영①]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5.06.02 07: 03

그래도 사랑(the love)이다. 가족의 사랑만 있다면 이 세상에 이루지 못할 일은 없다. 방송 10주년을 맞이한 MBC ‘휴먼다큐 사랑’이 척박한 황무지에도 사랑의 힘만 존재한다면 아름다운 꽃을 피워낼 수 있다는 진리를 다시 한 번 일깨웠다.
올 5월에는  故신해철 가족의 ‘단 하나의 약속', 스케이트 선수 안현수 부부의 ‘두 개의 조국, 하나의 사랑’, 한국인 아빠를 그리워하는 필리핀 소년의 ‘헬로 대디’, 故최진실 가족의 '진실이 엄마 2-환희와 준희는 사춘기’ 편이 5주에 걸쳐 방송됐다. 담백하고 부담이 없었다. 인공조미료를 첨가하지 않은 맛있는 음식을 만났을 때 느낄 수 있는 그런 맛이었다.
자연스러움을 내세운 이 방송에 의료 사고로 세상을 떠난 신해철의 이야기를 담는 것은 자칫 시청률을 쫓는 이슈거리로 부자연스럽게 흘러갈 위험이 있었다. 제작진은 이번에도 의도없이 순수하게 다가섰다. 남편의 부재에도 밝게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아내와 두 남매의 삶을 있는 그대로 담아냈다. 시청자는 아이들의 해맑고 의젓한 미소에서 신해철을 추억했다. 가수 이전에 남편이자 아버지로서 열심히 살아온 신해철의 삶 이면을 볼 수 있었다.

국가대표 쇼트트랙 선수에서 러시아로 귀화하기까지 굴곡진 삶을 살아온 안현수와 그의 아내 우나리 씨의 일상도 적지 않은 감동을 안겼다. 작은 합숙소에서 복작복작 살아가는 두 사람의 모습이 안타깝기보다 되레 부러웠다. 남편을 사랑하는 아내의 힘은 실로 위대했다. 안현수가 재기할 수 있었던 이유는 러시아의 전폭적인 지원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아내의 사랑이 있기에 가능했다. 안현수 부부는 위기에 빠진 부부들에게 추천할만한 좋은 표본이었다.
'헬로대디' 편은 한국인 아버지에게 버림 받은 필리핀 소년을 통해 사회 문제로 자리잡은 코피노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자신과 어머니를 버리고 떠난 아버지마저 사랑하는 작은 소년 민재의 크고 넓은 마음이 보는 이들의 눈시울을 붉혔다.
최진실이 남기고 떠난 두 아이들과 할머니 정옥숙씨가 살아가는 일상도 이목을 끌었다. 연예인의 가족이라는 특별함이 주는 재미라기보다, 서로의 손을 맞잡고 걸어가는 소소한 평범함이 시선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들의 솔직한 말과 행동이 안타까움과 동시에 잔잔함 감동을 안겨주었다. 기죽지 않고 밝게 자란 아이들의 모습에서 할머니의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매주 네 가족의 집으로 놀러간 듯한 생각이 들 정도로 가깝고 편하게 그려졌다.
'휴먼다큐 사랑'은 지난 2006년 5월 시작돼 올해로 10년째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숱한 예능 프로그램처럼 독하지도, 웃기지도 않지만 왠지 모르게 다시 보고 싶게 만드는 단단한 힘이 있었다. 이 세상에 가장 위대한 것은 가족의 사랑으로 귀결됐다. 제목 그대로 사랑이라는 주제를 통해 인간의 가치와 삶의 의미를 강조했다.
'그 사랑'을 통해 시련을 극복하는 우리네 이웃의 일상을 가감 없이 보여줬다. 가족애를 담아 안방극장에 희망과 위로를 안겨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우리는 힘든 순간에도 서로를 의지하며 씩씩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며 희망을 발견했고, 다시 힘을 냈다. 내년에도, 아니 20년 후에도 시청자 곁에서 가족의 사랑을 일깨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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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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