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장 이 사람을 아십니까] (9) 한화 가을야구 해설 꿈꾸는 김병준 위원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5.06.02 06: 14

야구장의 주인공은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들입니다. 조연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코칭스태프, 혹은 프런트라고 답을 내놓는 사람들이 많겠죠. 그들이 조연인 건 맞지만, 우리가 다시 돌아봐야 할 사람들은 화려한 무대 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자기 일에 매진하는 이들이 아닐까요. 매주 1회 잘 모르고 지나쳤던 그들의 이야기를 OSEN이 전해 드립니다. (편집자주)
"올해 첫 가을야구 중계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대전 KBS 라디오 야구중계해설을 맡고 있는 김병준(38) 위원은 한화 투수 출신이다. 대전고·고려대 출신으로 지난 1999년 한화에 입단한 김병준 위원은 청소년대표를 지낸 유망주로 프로에선 2002년 일찍 은퇴했지만, 2011년부터 대전 KBS 라디오 마이크를 잡고 한화와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김 위원은 "2011년부터 해설을 시작했다. 평범한 직장인의 삶을 살다 보니 야구를 멀리하고 있었는데 대전 KBS 김연선 아나운서 부장의 소개로 우연찮게 야구 해설을 시작했다. 5년째 해설을 하고 있는데 부모가 자식을 보는 마음처럼 한화가 잘되길 바라고 있다"며 활짝 웃었다. 
이처럼 김 위원이 한화에 애정을 보이는 이유는 어릴 적부터 이글스 야구를 보며 자라왔고, 선수로 한화 유니폼을 입은 선배이기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프로야구 선수를 목표로 해왔고, 빙그레·한화 한 팀만 보고 자랐다. 지역 방송 해설이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 편하다. 내가 좋아하는 한화를 중계하며 응원할 수 있다는 게 정말 좋다"는 것이 김 위원의 말이다. 
김 위원은 1군에서 자리를 잡아가던 2002년 후 상무에 입대했고, 군복무를 마친 뒤에는 돌연 은퇴했다. 대전시체육회에서 일자리가 들어왔고, 과감하게 야구선수로서 삶을 포기했다. 대전지역 전 종목을 통틀어 유소년 체육선수 및 실업선수들과 지도자들을 관리하며 대회 업무를 총괄하는 일을 지금까지 해오고 있다. 야구 해설은 부업인 것이다. 
김 위원은 "사실 은퇴할 때 미련이 없지는 않았지만 야구를 2~3년을 더 하는 것보다 안정된 직업을 갖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운동선수의 삶이 쉽지 않았고, 가족들이 힘들어했다. 부모님 권유로 야구를 관뒀다"며 "(이)승엽이나 (홍)성흔이처럼 친한 친구들이 대전에 경기를 오면 밥을 같이 먹어도 야구장에는 오지 않았다. 해설을 시작한 뒤 다시 야구를 보기 시작했다. 이제는 중계가 없는 날에도 딸·아들을 데리고 온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유창하고 부드러운 말솜씨와 정확하고 친근한 해설로 호평을 받고 있다. 김 위원은 "한화를 전담으로 하기 때문에 선수들과 자주 편하게 본다. 팬들에게 선수들의 세세한 소식을 팬들에게 알려드리고 싶다"며 "라디오 정규 중계시간이 밤 10시까지 돼 있어 가끔 경기가 길어질 때 마무리 못하는 게 아쉽다. 요즘 한화 야구는 9회에 워낙 드라마가 많이 나오지 않나"며 중계의 애로사항도 털어놨다. 
한화 선배로서 선수들과 친분이 두터운 김 위원이 볼 때 한화는 무엇이 달라졌을까. 김 위원은 "가장 중요한 건 간절함이다. 한화 선수들이 단골로 하는 말이 비시즌에 '내년에는 좋은 모습으로 뵙겠습니다'였다. 옆에서 보면 이젠 그런 간절함이 진짜로 느껴진다. 선수들은 1년에 100경기 이상 하기 때문에 1경기를 지면 샤워하며 잊어버린다. 하지만 팬들은 내일 또 올 수 있는 게 아니다. 어쩌다 가는 그 경기가 평생 갈 수 있는 것이다. 선수들도 그런 팬분들의 소중함을 알고 타석과 공 하나하나에 독기를 갖고 하는 게 보인다. 팬들께서 더 믿고 기다리며 응원해주시면 선수들도 보답할 것이다"고 이야기했다. 
올해 한화 성적으로는 조심스럽게 5강 이상을 예상했다. "5위까지는 할 것 같다. 지금이 어떻게 보면 고비인데 이렇게 6~7월까지 버티면 그게 실력이 된다. 김성근 감독님이 4월을 중요하게 생각한 것도 의식의 변화였다. 지고 있을 때 포기하지 않고, 어떤 팀과 붙어도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강팀이라고 해서 쉽게 지지 않는 것이 지금의 한화"라는 게 김 위원의 말이다. 
올해 한화는 연일 뜨거운 명승부를 벌이며 최고 화제로 떠올랐다. 주위에선 야구장 표 부탁이 쇄도한다. 김 위원은 "만약 한화가 한국시리즈라도 올라가면 번호를 바꿔야 할 것 같다"며 웃은 뒤 "아직까지 가을야구 중계를 해본 적이 없다. 올해 첫 가을야구 중계를 기대하고 있다"는 말로 설렘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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