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동안 똑같은 선수와 두 번의 맞트레이드. 이런 인연이 또 있을까.
SK에 합류한 이정석(33, SK)이 서서히 팀에 적응하고 있다. SK는 지난 5월 15일 삼성으로부터 이정석과 이동준(35)을 받고 주희정(38)과 신재호(24)를 내주는 2 대 2 트레이드에 합의했다. 트레이드는 6월 1일 정식으로 승인이 났다.
기막힌 인연이다. 이정석은 SBS소속이었던 지난 2005년 6월 삼성의 주희정과 유니폼을 바꿔 입었다. 2001년 삼성의 통합우승을 이끈 주희정은 당시에도 이미 프로농구 올스타였다. 반면 이정석은 2년차 젊은 선수였다. 이후 이정석은 꼬박 10시즌 삼성의 대표가드로 활약했다.

1일 양지 SK체육관에서 이정석을 만났다. 붉은색 유니폼이 어색하지 않았다. 김선형이 기초 군사훈련을 받고 있어 이정석이 어느새 팀을 책임지는 주전가드역할을 맡고 있었다.
훈련 후 만난 이정석에게 ‘주희정과 전생에 부부였냐?’며 농을 쳤다. 이정석은 “십년주기로 그러게요. 희한한 인연이네요. 희정이 형에게 전화 한 번 해봐야 하는데 아직 못했네요. 10년 전에 희정이 형은 프로 몇 년 하셨고, 저는 거의 신인이었죠. 지금과 그때는 느낌이 다르죠”라며 웃었다.
얼굴에 여드름은 여전하지만 이정석도 노장이 됐다. 한층 젊어진 SK에서 30대 노장인 이정석의 역할이 크다. 그는 “최고참급이죠. 나이 많이 먹었죠. 시간이 금방 가더라고요”면서 미소를 보인다.
이정석은 연봉도 1억 8000만 원으로 대폭 삭감됐다. 문태영 영입을 위해 샐러리캡을 비워야 했던 삼성은 다소 손해를 보면서 이정석과 이동준을 내줬다. 덕분에 삼성은 8억 3000만 원을 베팅해 문태영을 잡았다. 삼성의 대표선수였던 이정석은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는 문제다.
삼성에 섭섭하지 않느냐고 묻자 이정석은 “섭섭하다면 섭섭하고 또 어떻게 생각하면 한 번 더 좋은 팀으로 보내준 것 같기도 해요. 좋게 생각하고 있어요. 이제 저도 나이도 있어서 그런 걸로 마음 상하고 그러진 않아요. 이상민 감독님도 생각이 있으셨겠죠”라며 술술 받아 넘겼다.
안정적인 가드의 대명사였던 이정석이다. 하지만 최근 2시즌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지난 시즌 평균 7.1점, 3.5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수치는 나쁘지 않지만 중요한 상황에 어처구니없는 실책이 많았다. 이정석 본인도 잘 알고 있는 부분. 희망적인 것은 그를 괴롭혀온 무릎부상이 많이 호전된 것이다. 이정석은 “부상 때문에 좀 몸을 사리는 플레이가 나왔어요. 무리를 안 하려고 했죠. 1-2년 정도 그랬어요. 그 때 약간 무릎이 휘청거리고 불안했죠. 요즘 좋아지고 있어요. 올해는 작년보다 무릎상태 좋아요”라고 자신했다.
지난 시즌 이정석의 패스가 벤치의 이상민 감독에게 전달된 웃지 못 할 장면도 있었다. ‘현주엽의 보너스원샷’에서 올 시즌 1위로 선정된 ‘올해의 실수’였다. 이정석도 할 말이 있다. “사인 받는 선수와 눈이 맞았다고 생각해서 슛을 쏘라고 줬는데 딴 데 가버리더라고요. 하하. 공교롭게 그 라인에 감독님이 있어서 그렇게 됐죠. 제가 감독이라도 어이가 없었겠죠. 하다보면 가끔 그런 장면이 나와요” 이정석의 얼굴이 빨개졌다.
SK에서 이정석은 김선형을 돕는 역할을 맡는다. 자신이 메인이 아니라도 상관이 없다. 이정석은 “국가대표가 1라운드 때 못 들어온다고 하더라고요. 그때까지는 제가 뛰지 않을까 싶어요. 선형이가 들어오면 2번도 뛸 수 있고, 선형이 쉴 때 1번도 뛸 수 있어요. 팀 사정에 따라 1-2번을 오갈 수 있죠. 선형이도 40분 내내 하는 게 힘드니까 제가 있으면 체력적으로 세이브할 수 있어 도움이 될 겁니다”라고 자신했다.
우승은 누구에게나 달콤하다. 2006년 한 번 맛을 봤던 이정석도 10년 만의 우승을 꿈꾼다.
“목표는 일단 우승이죠. 우승 한 번 해보고 은퇴하는 게 꿈이에요. 2006년 한 번만 해봤어요. 준우승만 두 번 했어요. 2009년 KCC랑 해서 7차전서 아깝게 졌죠. 우승 한 번 더 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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