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에게는 ‘넘기 힘든 벽’과도 같았던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34, 두산 베어스)가 조금씩 허물어지고 있다.
니퍼트는 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 선발로 등판해 4⅓이닝 11피안타 2탈삼진 2볼넷 8실점했다. 3경기 연속으로 퀄리티 스타트(QS)에 실패한 니퍼트는 팀의 1-9대패 속에 개인 3연패로 시즌 3패(3승)째를 기록했다.
니퍼트가 3경기 연속으로 QS를 하지 못한 것은 통산 4번째다. 국내에서 세 번째 시즌이던 2013년에 처음으로 3경기 연속 QS 실패를 맛본 니퍼트는 지난해에도 이같은 기록이 두 번 있었다. 8실점은 개인 최다실점 타이 기록으로, 니퍼트는 2013년 5월 31일 잠실 넥센전에서 6이닝 10피안타 5탈삼진 2볼넷 8실점한 바 있다.

두 번의 빅이닝이 있었다. 1회초 외야 우측으로 뻗어나간 선두 신종길의 2루타로 득점권 위기를 맞이한 니퍼트는 1사 후 김주찬과 브렛 필에게 연속으로 적시 2루타를 허용해 2실점했다. 이후 2사에 김원섭에게 우전 적시타를 내줘 실점은 3점이 됐다. 2회초에는 이성우에게 좌월 솔로홈런을 얻어맞기도 했다.
5회초에는 선두 강한울의 중전안타와 김주찬의 좌전안타에 1, 2루 위기에 처했고, 필과 이범호의 연속된 좌전 적시타에 2실점한 뒤 김원섭의 볼넷으로 상황이 무사 만루로 변했다. 1사 후 이성우의 스퀴즈 플레이가 번트안타로 연결되며 니퍼트는 이현호로 교체됐고, 김호령의 유격수 땅볼에 이범호가 홈을 밟아 니퍼트의 실점은 8점으로 불어났다.
이날 니퍼트는 최고 구속이 151km로 여느 때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우타자를 상대할 때 승부구로 활용하는 슬라이더의 날카로움이 평소 같지 않았고, 체인지업 역시 좌타자에게 효과적으로 먹혀들지 않았다. 1회초 선두 신종길이 10구까지 승부를 끌고간 뒤부터 후속타자들이 빠른 카운트에 적극적으로 공략에 들어간 것도 니퍼트로서는 어려움을 겪게 된 원인이 됐다.
문제가 되는 것은 3경기 연속 초반에 공략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21일 잠실 삼성전에서는 2회초에 박석민에게 2루타를 맞아 위기에 빠진 후 이흥련에게 중견수 키를 넘기는 2타점 2루타를 맞고 2실점했다. 6일 뒤 마산 NC전에서는 선두 박민우와 김종호를 상대로 내야안타 2개를 내준 뒤 나성범 타석에서 나온 자신의 실책이 대량실점의 빌미가 됐다.
이날 역시 초반부터 장타를 많이 내준 것이 불행의 씨앗이었다. 1회초 3실점하는 과정에서 2루타가 3개나 나왔다. 2회초 이성우의 솔로홈런까지 포함하면 2이닝 동안 4개의 장타를 허용한 것이다. 5회초에는 장타가 없었지만 네 타자에게 연속안타를 맞은 것이 안 좋은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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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김경섭 기자 greenfield@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