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드의 대명사' 안지만, 계투의 위상 바꾸다
OSEN 손찬익 기자
발행 2015.06.03 06: 03

안지만(삼성)은 '홀드의 대명사'로 불린다. 삼성의 지키는 야구를 이끄는 핵심 멤버답게 홀드 부문 각종 기록을 갈아 치웠다. 2013년 오른손 투수 가운데 최초로 100홀드 고지를 밟았고 지난해 사상 첫 3년 연속 20홀드 및 역대 최소 경기 20홀드를 동시 달성했다. 그리고 2일 포항 롯데전서 사상 첫 150홀드 금자탑을 세웠다.
그에게 홀드는 훈장과도 같다. "지금까지 야구를 하면서 선발, 중간, 마무리 다 해봤는데 결국 나에게 남은 기록은 홀드다. 타자들에게 홈런, 안타, 타점 등이 중요한 기록이듯이 나에겐 홀드가 정말 소중한 기록이다". 안지만의 활약 속에 마운드의 '3D 업종'으로 불렸던 계투진의 위상도 높아졌다.
안지만은 삼성 벤치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카드. 그는 접전 또는 근소한 리드를 잡은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라 상대 타선을 원천 봉쇄한다. "운이 좋았을 뿐이다. 아직까지 내 공을 던지지 못하고 있다"는 게 안지만의 말이다. 그는 "2010년부터 3년간 정말 구위가 좋았다. 내 공에 대한 자신감도 있었고 어떤 공을 던져도 잘 맞지 않았다"며 "이제는 그때보다 구위가 많이 떨어졌지만 경험을 쌓은 만큼 상대 요령을 찾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에게 사상 첫 150홀드 달성은 어떤 의미가 담겨 있을까. "나는 최초 기록을 참 좋아한다. 최연소, 최고령, 최다 기록은 언젠가는 깨질 수 있지만 최초 기록은 절대 깨지지 않는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안지만은 지난 시즌이 끝난 뒤 4년간 총액 65억 원에 FA 계약을 체결했다. 2일 현재 홀드 부문 단독 선두를 질주하는 등 구단의 기대에 걸맞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그는 "아직 시즌 초반이라 잘 모르겠다. FA라는 게 과거 활약에 대한 보상과 미래 가치까지 모두 반영된다고 생각한다"면서 "앞으로 4년을 봐야 한다. 3년 잘 하고 1년 부진해서도 안된다. 그렇게 했다가는 먹튀 소리를 듣게 된다. 꾸준히 잘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안지만은 "늘 아쉬운 게 있다"고 말했다. 무슨 의미인지 궁금했다. "항상 해보고 싶은 게 있다. 개막전부터 30, 40이닝 연속 무실점 기록을 세우며 '미스터 제로'라는 찬사를 받고 싶은데 그게 잘 안된다. 언젠가는 꼭 한 번 해보고 싶다".
실력과 마음 씀씀이 등 어디 하나 나무랄 데 없는 안지만은 팀내 최고 인기 선수 가운데 한 명이다.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 대표팀을 기점으로 그의 인기는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자신의 사인이 담긴 유니폼을 잃어버린 팬을 위해 한국시리즈 때 입었던 유니폼을 선물하고 수년 간 모교에 장학금을 기부한다는 소식이 알려진 뒤 안지만의 호감도는 절정에 이르렀다.
안지만은 "인기를 실감한다. 올해 들어 사인 요청이 부쩍 많아졌다. 사인을 해줄 수 있다는 건 정말 행복한 일이다. 실력이 형편없다면 사인해달라는 부탁 조차 없다. 그만큼 내가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또다른 척도"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물론 아쉬운 부분도 있다. 안지만은 "가끔씩 팬들이 한꺼번에 몰려드는 바람에 난처한 경우도 많았다. 옷에 매직 자국이 남아 못 입게 된 옷도 꽤 있다. 그리고 차에 '힙지만'이라고 낙서한 사람들도 있었다. 매직으로 써놓아 지워지지도 않는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최근 들어 장난 전화가 눈에 띄게 증가했단다. "전화번호를 10년 넘게 쓰다보니 외부에 알려져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장난 전화가 온다. 그러다 보니 중요한 전화를 놓치는 경우도 많다. 수도권 원정 경기를 마치고 새벽 3시 전후에 대구에 도착해 꿀잠을 자고 있는데 전화가 오기도 한다. 요즘 들어 초등학생들이 단체 카톡방을 만들어 초대하는 경우도 자주 있다".
"그토록 바라던 프로 선수가 돼 돈도 많이 벌고 팬들의 인기도 누릴 수 있으니 난 정말 행복한 사람이다. 이 모든 게 인기가 많다는 증거 아니겠는가.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유일한 보답이다". '긍정의 아이콘' 안지만은 지금의 행복을 오랫동안 누리는 게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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