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으로 이동을 앞둔 1일 오후의 인천SK행복드림구장. 대개 월요일은 충분히 휴식을 취한 선수들이 느지막이 경기장에 나온다. 여기에 원정 이동을 앞둔 시점이라면 더 그렇다. 그러나 1일 풍경은 달랐다. 적막을 깨는 훈련 소리가 들렸다.
1일 전까지 직전 10경기에서 1승8패1무를 기록한 SK였다. 5월 중반까지 벌어놓은 승수를 거의 다 까먹었고 5할 승률을 걱정해야 할 처지였다. 단합과 팀 분위기는 항상 최고를 자부하는 SK 선수단이라고 해도 긴장감을 감추지는 못했다. 주축 선수들의 끊임없는 부상, 그리고 집단 슬럼프에 빠진 타격 속에서 웃음을 보이기는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나 선수단은 5월로 그 악몽을 잊었다. 6월부터 새로운 각오로 다시 뛰겠다고 다짐했다. 1일 풍경은 SK 선수단의 의지를 대변했다. 주축 선수들이 평소보다 2시간 정도 일찍 경기장에 나와 묵묵히 방망이를 돌리기 시작했다. 코칭스태프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선임급 선수들부터 방망이를 고쳐 잡았다. 최근 타격감이 좋지 않았던 박정권 박재상 나주환이 1시간 반 이상 훈련에 매진했다. 무릎 부상에서 최근 복귀, 스스로 생각하기에 훈련량이 성에 차지 않았던 김강민도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후배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역시 최근 타격이 좋지 않았던 이명기 임훈 박계현 등의 선수들이 일찍 나와 선배들과 함께 묵묵히 땀을 흘렸다.
1시간 반 정도 계속된 예정에 없는 특별 훈련. 사실 이 훈련에 선수들의 타격감에 어떤 도움이 됐을지는 알 수 없다. “특타를 한다고 해서 무조건적인 도움이 된다면 10개 구단 모든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특타를 한다”라는 말은 일리가 있다. 그러나 SK 선수단이 이날 다잡은 것은 타격폼이나 타격감보다는 정신 무장이었다. 부진에 빠진 팀 성적을 잊고 재도약하자는 의지가 90분 정도의 자율훈련에서 드러난 것이었다.
효과는 있었다. 훈련을 통해 기분전환을 한 선수들은 1일 저녁 수원으로 이동했고 2일 수원 kt전에서 대폭발했다. 올 시즌 한 경기 최다 점수인 20점을 냈다. 경기 막판까지 집중력을 유지하며 kt 마운드를 초토화시켰다. 선발 전원 득점에 성공했고 훈련에 참가했던 김강민 박정권 이명기는 멀티히트를 기록하며 오래간만에 웃었다. SK 벤치도 대승과 함께 웃음을 되찾았다.
열심히 하지 않는 선수는 없다. 열심히 하지 않으면 곧바로 도태되는 것이 프로의 생리이기 때문이다. 모두가 잘하고 싶어 하고, 대충 하는 선수가 있다면 코칭스태프는 곧바로 움직인다. 그러나 부진할 때는 아무래도 팬들의 따가운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도 현실. 그런 시선 속에서 어떻게 움직이느냐가 슬럼프의 기간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렇게 본다면, SK 선수단의 90분 자율훈련은 선수단의 진심과 각오를 대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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