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FIFA 회장 선거 출마 고민하겠다. 그러나 우선 블래터 회장은 당장 물러나야 한다".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이 3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제프 블래터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의 긴급 퇴진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정 명예회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정몽준 명예회장은 "이번 사태를 전화위복의 기회를 잡아 새롭게 노력했으면 좋겠다. 블래터 회장의 사임 이후 차기 FIFA 회장에 대한 관심이 많다. 특히 나에게 질문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래서 현재 신중하게 생각중이다"면서 "여러 인사들을 만나서 판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 명예회장은 "블래터 회장의 사퇴 변을 보면 집행위원들에게 모든 책임을 몰아넣고 있다. 또 차기 회장이 결정될 때까지 자신이 개혁을 주도하겠다는 말을 하고 있다. 따라서 블래터 회장은 업무를 펼쳐서는 안된다. 정말 유감스러운 것은 현재 사무국장도 업무를 중지해야 한다. 제롬 발케 사무국장도 문제가 많다. 그들이 선거 관리를 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3일 블래터 회장은 5선을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갑자기 사퇴했다. 지난 1998년 처음 FIFA 회장에 오른 블래터 회장은 이후 17년 동안 FIFA를 좌지우지하며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러나 블래터 회장은 선거를 앞두고 FIFA의 비리 논란으로 위기 상황에 놓였었다. 최근 불거진 비리로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FIFA의 고위 간부들을 체포하며 그들에게 공갈 및 금융사기, 돈세탁, 탈세, 국외계좌 운영 등 47개의 혐의를 적용했다.
결국 갑작스러운 압박을 이겨내지 못하고 사퇴했다. 새 FIFA 회장은 오는 12월∼내년 3월 사이 열리는 임시총회에서 선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FIFA 규정상 임시총회까지는 블라터 회장이 직위를 유지한다.
정몽준 명예회장은 FIFA 회장 선거에 앞서 성명서를 발표해 블래터 회장의 사임을 요구했다. 정 명예회장은 당시 성명서를 통해 "FIFA의 부패는 구조적이고 뿌리가 깊다. 블래터 회장이 FIFA의 수장으로 지낸 기간 동안 부패 문제는 더욱 심화됐다"고 5선에 도전하는 블래터 회장에게 직격탄을 날린 바 있다.

정 명예회장은 2011년 1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FIFA 부회장 선거에서 알리 빈 알 후세인 요르단 왕자에게 패해 부회장직을 내려놓은 바 있다. 하지만 정몽준 명예회장은 그동안 블래터 회장의 반대에 서 있었다. 항상 다른 의견을 냈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따라서 정 명예회장에게 이번 사태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단순히 상대가 퇴출한 것 이상의 성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몽준 명예회장은 "FIFA의 상태를 보면서 여러 생각을 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인 문제가 많다.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지난 3년간 FIFA 관계자들과 만남을 많이 갖지 못했다. 블래터와 가까운 사람들이 FIFA 중심에 있는 것 같다. 그러안 연고주의 및 폐쇄적인 조직문화는 부패의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블래터 회장 덕분에 부당한 지원을 많이 받은 이들이 많다. 그래서 이번 선거에서 이들은 되도록 빠졌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또 정 명예회장은 "블래터 회장은 여러 국가들을 회유 및 협박을 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개회식 할 때 많은 관중들이 블래터 회장에 야유를 보냈다.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도 블래터 회장은 운동장에 내려가지 못했다. 유럽 여론조사도 그렇고 적합하다는 평가는 10%밖에 되지 않는다. 이번 총선에서 압도적으로 당선된 이유는 따로 있다. 사퇴한 것은 사퇴가 아니다. 할 수 없이 사퇴하면서 사실과 다른 무책임한 발언을 하고 있다. FIFA의 문제는 스스로 개혁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정몽준 명예회장은 "2006년 FIFA의 스폰서중 하나가 마스터 카드였다. 기존 스폰서에게 우선권을 줘야 한다. 그러나 블래터 회장과 발케 사무총장은 반대로 했다. 그래서 2007년 미국 뉴욕에서 망신을 당한 경험이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여러 술수를 부렸다. 날짜 변경 뿐만 아니라 VISA 회장의 사인도 위조한 바 있다. 당시 판사가 FIFA 페어 플레이에 대해 비꼬기도 했다. 또 판결문에 적시했다. 그리고 금전적으로 마스터 카드에 물어냈다. 그런 사례들이 있다. 특히 물러나야 할 발케가 승진하는 등 문제가 많다"고 강조했다.
정 명예회장은 "출마를 선언하게 되면 앞으로 누구를 만나야 할지와 블래터 회장과 함께 했던 미셸 플라티니 회장에 대해 언급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대한축구협회의 외교력 부재에 대해서는 "여자 월드컵 유치에 실패했다. 우리의 경쟁국은 프랑스였다. 그러나 지금 20세 이하 월드컵을 유치했다. 내가 부회장에 있을 때 블래터 회장의 반대로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20세 이하 월드컵 유치는 인정해야 한다"면서 "최근 신태용 올림픽 대표팀 감독을 만났는데 최종예선을 중동에서 하더라. 그동안 홈 & 어웨이로 하다가 바뀐 이유에 대해 알지 못하겠다. 내가 다시 복귀한다면 어려 문제에 대해 변화 시킬 것이다. 현재 축구협회 외교력에 대해서는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정몽규 회장과 겹치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다"고 짧게 대답했다.
출마 가능성에 대해 다시 질문하자 "축구를 좋아한다. 축구 행정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축구를 좋아한다. 국회의원 선서 때문에 축구한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축구를 좋아하기 때문에 잘못된 방향으로 흐르는 것이 싫어서다. 그래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정몽준 회장은 "블래터 회장과 오랜 인연이 있다. 그러나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는 여러 이야기를 해야 한다. 부정부패에 이어지지 않도록 도왔어야 했기 때문에 나도 책임이 있다. 블래터는 회장이 된 후 '2년마다 하겠다. 홀수해에 하겠다. 축구 골대를 넓히겠다' 등의 이야기를 했다. 현실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 말들을 했다. 축구발전을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 명예롭게 은퇴하도록 잘 정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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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송이 기자 ouxou@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