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400홈런 달성] 정면승부 구승민, 이승엽 400호 허용 어깨를 펴라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5.06.03 21: 10

그가 걷는 길과 발자국은 모두 전설이 된다. '라이언킹' 이승엽(39,삼성)이 KBO리그 400호 홈런 고지를 밟았다.
이승엽은 3일 포항구장에서 벌어진 롯데 자이언츠전에 6번 지명타자로 출전, 3회 2사 후 구승민을 상대로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홈런을 터트렸다. KBO리그에 통산 400홈런 타자가 탄생한 순간이다. 이승엽은 구승민의 143km 초구 스트라이크를 그대로 보낸 뒤 123km 포크볼을 벼락같이 잡아당겨 우측 담장을 넘겼다.
어떤 투수든 홈런맞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더욱이 대기록의 희생양은 더 싫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때로는 경기 승부 외적으로 논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과거 이승엽의 56호 도전 때가 그랬다. 투수들로서는 엄청난 압박감과 싸울 수밖에 없다.

홈런을 허용한 롯데 우완 구승민은 이제 입단 3년 차 선수다. 1군 출전경험이 올해 2경기, 작년 1경기 뿐이다. 이날이 4번째 경기다. 당연히 대기록을 앞둔 이승엽과 승부를 벌이는 게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그렇지만 구승민은 대선배와의 승부를 피하지 않았다. 비록 홈런은 허용했지만 선수로서 자존심은 지켰다.
롯데 이종운 감독은 "홈런맞는 투수는 기분이 좋지 않겠지만, 어쨌든 야구역사에 이름 석 자를 남긴다고 생각해야 한다. 전체 프로야구 선수 100명 중 90명은 이름없이 은퇴하는데 그런 것보다는 낫다"는 말로 롯데 투수들은 이승엽과 정면승부를 펼칠 것이라고 예고했다. 앞선 2일 경기에서도 롯데 투수들은 이승엽이라고 해서 딱히 승부를 피하지는 않았다.
현재 구승민은 5선발 후보다. 매 등판이 시험대와 같다. 한 경기 부진하면 다시 2군으로 돌아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함께 마운드에 오른다. 이날 구승민은 4이닝동안 이승엽의 400호 홈런 포함, 홈런 3개를 허용하면서 7점을 내줬다. 1군 4경기만에 쓴 맛을 본 구승민은 5회 마운드를 내려갔다.
비록 경기 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구승민은 너무 낙담할 필요는 없다. 선배와 후배가 아니라 선수대 선수로 후회없이 정면승부를 했고 홈런이라는 결과가 나왔을 뿐이다. 신인선수로 자신감있게 이승엽과 승부를 펼친 모습은 야구팬들의 머릿속에 깊게 각인됐다.
이승엽이 뜻깊은 홈런을 쳤을 때 시시한 홈런은 단 하나도 없었다. 1995년 프로데뷔 첫 홈런은 이강철(해태)로부터, 1999년 최연소 홈런은 정명원(현대)으로부터 뽑았다. 200호 홈런은 2001년 '까치' 김정수(한화)의 공을 공략해 만들었고, 300호 홈런은 2003년 '어린왕자' 김원형(SK)을 상대로 한 것이었다. 2013년 양준혁을 넘어 통산 최다홈런 기록(352개)은 SK 우완 에이스 윤희상을 상대해 만들었다. 이제 프로생활을 시작한 구승민이 가슴에 새겨야 할 대목이다.
cleanupp@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