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치는 끝났다. 국민타자는 400홈런 고지를 기어이 밟았고, 안지만은 최초의 150홀드 대기록을 작성했다. 여기에 4번 타자 최형우는 1000안타까지 신고했다. 이번 포항 주중 3연전은 삼성 라이온즈를 위한 무대가 되어 버렸다.
롯데 자이언츠는 상대팀으로 삼성 선수들의 대기록 달성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이종운 감독은 399홈런으로 포항을 찾는 이승엽 그리고 삼성을 맞이해 “피할 생각은 없다. 상황에 맞게 승부할 것이고, 피해갈 상황이 아니라면 투수들은 정면승부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는 약속을 지켰고, KBO리그 역사는 새로 써졌다.
이승엽의 400홈런이 나온 뒤, 롯데 선수들은 더그아웃 앞에 나가 도열해 갈채를 보냈다. 주장 최준석은 꽃다발을 직접 전해주기까지 했다. 실력과 인품 모두 갖춘 이승엽이라는 선수가 아니었다면 상상도 못할 장면이다. 경기 중, 그것도 큰 점수 차로 뒤진 상황에서 기꺼이 축하해주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이승엽의 대기록 달성이 더욱 빛났고, 롯데는 아름다운 조연으로 갈채를 받았다.

하지만 이제 잔치는 끝났다. 사실 앞선 2경기는 삼성과 롯데의 승부보다는 대기록에 초점이 맞춰졌다. 때문에 다소 어수선했던 게 사실이다. 2일 경기에서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다 8회 대량실점으로 경기를 내줬던 롯데는 3일에는 아예 안타 2개밖에 못 치면서 1-8 완패를 당했다. 더불어 이날 경기는 삼성 윤성환의 완투승이었으며, 올 시즌 최단시간인 2시간 14분만에 끝났다.
이제 롯데에 필요한 건 승리다. 앞서 6연속 위닝시리즈 행진을 이어왔던 롯데는 삼성과 만나 2연패를 당하면서 일단 시리즈를 내주는 게 확정됐다. 중요한 건 4일 경기를 잡을 수 있느냐다.
롯데는 4일 선발투수로 에이스 조쉬 린드블럼을 내세운다. 린드블럼의 시즌 성적은 11경기 7승 2패 75⅔이닝 평균자책점 2.97, 롯데는 확실하게 연패를 끊어줄만한 에이스를 얻었다. 단순히 다승과 평균자책점 성적만 좋은 게 아니라 이닝소화력이 뛰어난 투수다. 린드블럼은 현재 최다이닝 리그 2위인데, 헨리 소사(LG)보다 아웃카운트 하나가 모자랄 뿐이다. 게다가 린드블럼은 1경기를 덜 치렀는데, 경기당 이닝소화는 6.88이닝으로 리그에서 단연 뛰어나다.
삼성의 선발투수는 좌완 차우찬, 최근 컨디션이 좋아 만만한 상대는 결코 아니다. 성적은 10경기 59⅔이닝 3승 2패 평균자책점 4.22, 최근 2경기는 15이닝 1실점으로 짠물피칭을 하고 있다. 그래도 롯데는 포항에서 이대로 물러날 생각이 없다. 만약 3연패를 당한다면 승리와 대기록 모두 삼성에게 넘겨준 채 포항을 떠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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