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걷는 길과 발자국은 모두 전설이 된다. '라이언킹' 이승엽(39,삼성)이 KBO리그 400호 홈런 고지를 밟았다.
이승엽은 3일 포항구장에서 벌어진 롯데 자이언츠전에 6번 지명타자로 출전, 3회 2사 후 구승민을 상대로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홈런을 터트렸다. KBO리그에 통산 400홈런 타자가 탄생한 순간이다. 이승엽은 구승민의 143km 초구 스트라이크를 그대로 보낸 뒤 123km 포크볼을 벼락같이 잡아당겨 우측 담장을 넘겼다. 시즌 10호, 통산 400호 홈런이다.
당분간 이승엽의 400홈런 고지를 넘볼 선수는 등장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현역 홈런 2위인 이호준은 현재 299개, 게다가 이승엽보다 1년 선배다. 3년 연속 홈런왕을 차지한 박병호는 현재 172개를 기록 중인데, 해외진출을 하지 않고 앞으로 적어도 10년 동안 연평균 23개를 쳐야만 바라볼 수 있는 기록이다.

경북고를 졸업하고 1995년 삼성에서 프로에 데뷔한 이승엽의 KBO리그 홈런 기록은 400개지만 일본 프로야구와 포스트시즌, 국제대회를 더하면 그가 맛본 손맛은 훨씬 늘어난다. 이승엽은 선수로서 최전성기라고 할 수 있는 만 28세부터 만 35세까지 일본 프로야구에서 활약했다. 일본에서 8년을 활약하며 그가 기록했던 홈런은 총 159개, 한일통산 홈런은 559개가 된다.
이제 이승엽이 목표로 삼을 만한 수치는 한일통산 600홈런 고지다. 앞으로 41개가 남았는데, 현재 페이스를 본다면 내년 개장하는 새 대구구장에서 달성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국제대회와 포스트시즌 홈런을 모두 더하면 숨었던 27개의 홈런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승엽의 한국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홈런은 모두 14개였다. 준플레이오프에서 2개, 플레이오프에서 6개를 쳤고 한국시리즈 역시 6개의 홈런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홈런은 역시 2002년 한국시리즈 6차전 9회말 LG 이상훈을 상대로 뽑은 동점 3점 홈런이다. 1999년에는 롯데를 상대로 한 플레이오프에서 홈런 4개를 날리며 펄펄 날았지만 팀은 탈락했고, 2012년 한국시리즈에서 홈런 1개 포함 7타점으로 첫 한국시리즈 MVP가 됐었다.
일본에서는 포스트시즌에 홈런 4개를 쳤다. 이 가운데 3개는 2005년 지바롯데 마린스 소속으로 재팬시리즈에서 쳤다. 이 홈런 3개로 이승엽은 지바 롯데에 31년 만에 우승기를 선사했고 이듬해 요미우리 자이언츠로 떠났다.
국제대회에서 이승엽은 '합법적 병역브로커'라고 불릴 정도로 뛰어난 활약을 했다. 국제대회 성적 보증수표였고, 그 덕분에 병역혜택을 본 후배들이 많기 때문이다. 1999년 시드니 올림픽 아시아지역 예선 1홈런을 시작으로 2000년 시드니 올림픽 1홈런으로 활약했다. 2006년 1회 WBC에서는 무려 홈런 5개를 날리며 국민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선사했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은 예선 내내 부진하다가 일본과의 준결승에서 역전 투런, 쿠바와의 결승에서도 솔로포를 쏘아 올렸다.
포스트시즌, 그리고 국제대회 홈런은 비록 공식 홈런기록에 집계되지는 않지만 그 중요성은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한일 프로 통산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 홈런, 그리고 국제대회 홈런까지 모두 더하면 586개가 된다. 개인 통산 600홈런까지 불과 14개만을 남겨놓게 된 것이다.
물론 이승엽은 포스트시즌과 국제대회 홈런을 제외하고도 커리어 통산 600홈런 고지를 밟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그래도 통산 559홈런을 이야기하고 있는 지금, 이승엽이나 야구팬들이나 공식 집계되지 않은 홈런 27개 역시 추억 속에 선명하게 남아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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