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한 팀의 에이스라 하기에 전혀 손색이 없다. 유희관(29, 두산 베어스)이 머리로 던지는 공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
유희관은 지난 3일 잠실구장에서 있었던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서 8이닝 3피안타 7탈삼진 2볼넷 1실점 호투하며 7승(2패)째를 따냈다. 평균자책점도 3.27로 내렸고, 11경기에서 소화한 이닝은 총 74⅓이닝으로 늘었다.
지난해에는 5월을 기점으로 고비가 찾아왔다 5월부터 7월까지 유희관의 평균자책점은 6.75, 6.41, 6.38로 계속 좋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시즌에는 6월이 된 지금도 굳건하다. 유희관은 이에 대해 “올해는 평균자책점을 낮추면서 승리하고 있다는 점이 의미 있는 것 같다”는 의견을 냈다.

비결은 머리에 있었다. 유희관은 “마운드에서 타자와 상대하는 요령이 좋아진 것 같다. 힘을 줄 때와 뺄 때가 언제인지도 조금은 알게 됐다. 주자가 있으면 세게 던지고, 없으면 힘을 빼서 던지며 강약도 조절한다. 항상 카운트 잡을 때는 살살 툭 던지라고 코치님들도 주문하신다. 주자가 없으면 120km대 공도 던진다”고 자세히 설명했다. 이날도 팀 타선이 4회말 4점을 뽑아 5-1로 앞서자 이후 빠른 승부로 투구 수를 아껴 8회까지 버틸 수 있었다.
집중력 역시 발전된 부분이다. 유희관은 “기분파라서 타선이 점수를 뽑아주면 마운드에서 더 신이 난다”면서도 “점수를 얻은 뒤에는 실점하지 않으려고 선두타자를 상대할 때부터 더욱 집중한다”고 말할 때는 눈빛이 사뭇 진지해졌다. 실제로 유희관은 이날 팀 타선이 점수를 낸 네 이닝 뒤에 나와 모두 무실점했고, 한 번을 빼놓고는 다 삼자범퇴로 깔끔하게 끝냈다.
상대에 따라 투구 패턴을 바꾸는 대처능력은 영리한 유희관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단면이다. 유희관은 “KIA 타자들이 타석 앞쪽에 많이 서는 것이 보였고, (양)의지도 타자들이 싱커를 노리고 들어온다고 판단했다”라고 이야기했다. 유희관의 말에 따르면 타자들이 앞으로 오는 것은 싱커가 꺾이기 전에 치려는 것인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 유희관은 타자들의 기대(싱커)보다 빠른 포심 패스트볼을 결정구로 활용해 많은 루킹 삼진을 뽑아냈다. 수 싸움의 승리였던 것이다.
구장 환경도 이용할 줄 안다. 유희관은 홈인 잠실에서 7경기 5승 1패, 평균자책점 2.50으로 강한 모습을 이어가고 있다. “잠실은 홈런이 적어서 좋다. 구장이 크고 우리 팀 외야수들의 수비 능력도 좋아 편하다”는 것이 유희관의 생각. 타자들 역시 잠실에서 유희관을 만나면 공략하기 힘들다는 두려움이 생겨 앞으로도 선전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 것이나 다름없다.
이제는 좌타자에 대한 부담까지 떨쳐냈다. 유희관은 “결정구(우타자 바깥쪽 낮은 코스로 떨어지는 싱커)가 우타자에게 유리하기는 하지만 올해는 좌타자를 상대할 때 부담도 적다. 슬라이더도 잘 들어가는 것 같다”고 밝혔다. 싱커를 좌타자 몸쪽 낮은 코스로도 구사하는 동시에 슬라이더를 연마한 결과 올해 우타자 상대 타율(.253)과 좌타자 상대 타율(.273)에서 큰 편차를 보이고 있지 않다.
인간의 사고력은 쓸수록 발달한다. 유희관의 ‘야구 두뇌’는 선발투수로 3년차를 맞이한 올해 더욱 성장한 결과를 유감없이 뽐내고 있다. 처음에는 다소 낯선 공으로 타자를 상대하는 공이 조금 느린 투수에 지나지 않았다. 많은 이들이 금방 한계를 나타낼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제는 피칭 천재의 모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운드 위의 지니어스로 거듭나고 있는 유희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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