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이지만 단순한 부진이 아니다. 높이 뛰기 위해 잠시 웅크리는 것과 같다. 성장을 위한 준비 단계인 셈이다.
이주용(23, 전북 현대)이 사실상 첫 A대표팀 합류를 앞두고 있다. 축구국가대표팀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 1일 미얀마와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1차전에 나설 23명의 선수를 발표했다. 이 명단에는 전북의 측면 수비수 이주용의 이름이 포함돼 있었다.
예상하지 못한 선발이었다. 최근 이주용은 전북에서 선발과 벤치를 오가고 있다. 지난해에 비해 경기력이 떨어진 탓이었다. 이주용조차 "대표팀 선발은 기대를 하지 못했다. 그래도 영광스러운 자리인 만큼 기분은 좋다"며 "책임감이 따르는 자리인 만큼 준비를 잘해야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경기력 저하의 이유는 심각한 것이 아니다. 이주용은 "감독님이 언젠가는 딜레마가 올 거라고 하셨는데 지금 그 상태다. 지난해 뒷공간에 너무 신경을 써서 가로채기가 적었다. 올해는 가로채기가 늘었는데 뒷공간을 자주 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측면 공격수에서 측면 수비수로 포지션을 변경한 지 1년밖에 되지 않은 이주용이 언젠가는 겪어야 할 성장통인 셈이다. 전북 최강희 감독은 "지금의 부진은 공격수가 수비수로 포지션을 바꿀 경우 한 번은 겪어야 할 것이다"면서 "잘 몰랐던 지난해가 겁이 없었던 탓에 경기력이 더 좋았다"고 말했다.
지난해의 장점, 그리고 현재의 장점을 모두 습득하기 위해 이주용은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현 상황에 대해 크게 걱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감독님께서도 현역 시절 포지션 변경 이후에 마찬가지였다고 하셨다. 설명을 해줄 수도 있지만, 직접 느껴야 성장할 수 있다고 하셨다"고 전했다.
최 감독도 "지금은 수비를 알아가면서 뒷공간을 내주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혼란이 온 거다. 극복하면 크게 성장할 수 있다"면서 "공격적인 면과 그 스타일, 드리블 등은 매우 뛰어나다. 이번에 대표팀에 뽑힌 것이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기대감을 높였다.
sportsher@osen.co.kr
전북 현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