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 없이 풀타임 뛰는 게 목표다”.
좌완 투수 정대현(24, kt 위즈)이 kt의 토종 에이스로 발돋움하고 있다. 최근 2경기 선발 등판에서 모두 7이닝을 소화하며 호투했다. 무엇보다 팀을 2연패에서 한 번, 4연패에서 또 한 번 구해내며 에이스로의 성장을 기대케 했다.
최근 kt는 선발, 불펜 할 것 없이 무너진 상황이었다. 지난달 28일 잠실 LG전에서 정대현이 선발 등판해 7이닝 무실점으로 데뷔 후 최고의 피칭을 선보이며 4-0 승리를 이끌었다. 하지만 kt는 이후 4경기서 총 47실점을 기록하며 흔들렸다. 마운드가 흔들리니 당연히 4연패 늪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정대현이 다시 선발 마운드에 올랐다.

정대현은 1회초 1사 후 박계현, 이재원에게 연속 안타를 맞으며 빠르게 실점했다. 그러나 이전의 정대현이 아니었다. 안정된 제구력을 바탕으로 SK 타자들을 꽁꽁 묶었다. 패스트볼(39개)과 체인지업(32개)을 주로 던지면서 슬라이더(16개), 커브(14개)를 섞어 던졌다. 특히 최저 78km에서 최고 112km에 이르는 커브가 SK 타자들의 타이밍을 무너뜨렸다.
경기가 끝난 후 만난 정대현 역시 “직구, 체인지업을 위주로 던졌다. 거기에 커브를 많이 던진 게 주효했다”고 말했다. 커브는 정대현이 스프링캠프 때부터 많이 활용하고 있는 구종. 지난달 28일 LG와의 경기에서도 커브가 효과적으로 들어갔다. 정대현은 “결정구인 체인지업에는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커브도 쓰고 있다”라고 말했다.
정대현은 이날 경기를 포함해 유독 kt의 통신사 라이벌인 LG, SK에 강점을 보이고 있다. 올 시즌 LG전 2경기서 1승 평균자책점 0(11⅓이닝 비자책)을 기록 중이다. SK를 상대로도 3경기 등판해 1승 평균자책점 1.23(14⅔이닝 2자책점)으로 좋았다. 하지만 정대현은 이에 대해 “자신감은 (어떤 팀 상대든)항상 가지고 있었는데, 결과가 그렇게 나온 것 같다”면서 “특별히 더 잘 하려거나 그런 건 없다”라고 답했다.
사실 정대현은 두산 시절 경찰 야구단 입대를 앞두고 있었기 때문에 올 시즌 준비가 늦었다. 조범현 감독도 “준비가 늦었는데, 좋아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5월 들어 빠르게 페이스를 올리고 있다. 그 비결은 꾸준한 선발 기회와 연습에 있었다. 정대현은 “하고 싶었던 선발을 믿고 맞겨주시니까 자신감이 생기고 책임감도 생긴다”라고 말했다. 이어 좋은 컨디션에 대해선 “많이 던지다 보니까 좋아졌다. 몸 상태도 저절로 올라왔다”라고 설명했다.
정대현은 여전히 제구력에 대해 아쉬움을 표한다. 하지만 3일 SK전에선 7이닝 동안 단 1개의 사사구도 내주지 않을 정도로 좋았다. 그는 이를 두고 “항상 올라가면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고, 선두타자는 아웃시킨다는 생각으로 한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올 시즌 목표를 묻는 질문에는 “확실하게 선발로 준비했던 게 아니기 때문에 특별한 목표는 없다. 부상 없이 풀타임을 뛰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다”라고 답했다.
정대현의 2경기 연속 호투는 무너진 선발진에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단순한 선발승이 아니라 2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를 따내며 불펜 소모까지 막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큰 승리였다. 또한 연달아 팀의 연패를 끊은 모습은 정대현이 kt의 토종 에이스로 발돋움하고 있음을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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