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를 되돌려 보자. 2004년부터 일본 무대에서 뛰었던 이승엽은 언제부턴가 국내 무대 복귀를 갈망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고국을 향한 그리움은 더욱 진해졌다. 외로움을 많이 타는 이승엽은 휴대 전화 뿐만 아니라 메신저,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지인들과 연락을 나누며 아쉬움을 달랬습니다. 일종의 향수병이었다.
일본 생활에 점점 지쳐가는 그에게 한 줄기 햇살이 찾아 들었다. 경북고 선배인 류중일 감독이 삼성의 13대 사령탑으로 부임한 뒤 이승엽의 국내 무대 복귀는 꿈이 아닌 현실로 이뤄졌다.

"삼성 올래?". 류중일 감독은 2011년 2월 19일 오릭스와의 연습 경기를 앞두고 이승엽에게 국내 무대 복귀를 제안했다. 이승엽이 그토록 기다렸던 한 마디였다. 류중일 감독은 이승엽의 복귀에 관한 물음마다 "데려오고 싶다"고 적극적인 입장을 보였고 이승엽은 그해 10월 국내 무대 복귀를 결심했다.
"팀을 위해 싸워야 하는데 언제 부턴가 '나만 잘 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목표 의식도 서서히 줄어 들었다. 국내 복귀 후 홈런을 때리면 정말 마음 속에서 우러나와서 세리머니를 할 것 같다. 누가 시키거나 의도하지 않더라도 자연스레 나올 것 같다". 이승엽이 국내 무대 복귀를 선택한 이유다.
류중일 감독은 2013년 이승엽이 극심한 부진에 빠졌을때에도 "그만한 선수가 어디 있느냐"고 변함없는 신뢰를 보냈다. 거센 비난 여론 속에서도 류중일 감독은 의지를 굽히지 않았고 결국 이승엽은 명예 회복에 성공했다.
이승엽은 3일 포항 롯데전서 사상 첫 400홈런 시대를 열었다. 이날 6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한 이승엽은 5-0으로 앞선 3회 2사 주자없는 상황에서 롯데 선발 구승민의 2구째를 잡아 당겨 120m 짜리 우월 솔로 아치를 빼앗았다.
한국 야구사에 큰 획을 그은 이승엽은 "감독님께 '그냥 고맙습니다'라고 말씀드렸다. 제겐 정말 고마운 분이시다. 감독님께서 원하지 않으셨다면 일본에서 그만둬야 할 상황이었다. 김인 사장님께도 뛸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드린다고 말씀드린 것도 그 이유에서다. 감독님께 말씀드리지 못했지만 그 마음은 똑같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삼성 올래?". 류중일 감독의 이 한 마디는 이승엽의 운명 뿐만 아니라 한국 야구사까지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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