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외국인 투수 미치 탈보트(31)는 지난달 11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부상이 있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퇴출 수순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하지만 김성근 감독은 "휴식을 주는 것이다"며 확대 해석을 잠재웠다. 비록 부진을 거듭하기는 했지만 시즌 초반 에이스로 활약한 투수에 대한 예우였다.
탈보트는 개막전 투수로 시즌을 시작했고, 3연속 4일 휴식 선발등판을 받아들였다. 부상자 속출로 시즌 초반 선발 로테이션을 제대로 꾸릴 수 없었던 한화 팀 사정상 탈보트의 투혼이 필요했다. 탈보트는 시즌 첫 3경기에서 1승 평균자책점 2.35로 활약하며 김성근 감독 표현대로 '기둥 투수' 역할을 했다.
다른 투수라면 일찍 바꿔야 할 상황에서도 탈보트에게는 가능한 한 길게 맡겼다. 김 감독은 "탈보트는 우리 에이스다. 기둥 투수이기 때문에 쉽게 바꿀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거듭된 부진에도 시즌 초반 3연속 4일 휴식을 감수하고 선발등판을 받아들인 탈보트의 희생정신도 김 감독이 그를 믿은 이유.

그러나 탈보트는 4월12일 사직 롯데전부터 5월10일 잠실 두산전까지 5경기에서 승리 없이 3패 평균자책점 15.19로 극도의 부진을 보였다. 특히 두산전에서는 보크 문제로 심판 판정에 흥분하다 퇴장 조치까지 당했다. 극심한 스트레스로 경기에 집중하지 못할 상황이 되자 김 감독은 그를 2군에 보냈다.
2군에서 열흘을 보낸 탈보트는 승리 요정이 되어 1군에 돌아왔다. 복귀 후 3경기 모두 승리투수가 되며 평균자책점 1.42로 안정감을 찾은 것이다. 3경기 모두 탈삼진 6개를 잡았으며 5⅓이닝-6⅔이닝-7이닝으로 점차 투구이닝까지 늘려가고 있다. 나머지 선발들이 기복 있는 상황에서 꾸준함을 보여줬다.
특히 탈보트 특유의 땅볼유도능력이 살아났다. 복귀 후 3경기에서 땅볼 아웃만 24개를 이끌어냈다. 뜬공 아웃이 9개로 '땅볼/뜬공' 비율이 2.67에 달한다. 병살타만 4개나 유도할 정도로 안정감 있다. 구속도 140km대 중후반이 꾸준히 나오고 있고, 주무기 서클체인지업에 슬라이더·커브까지 가미하고 있다.
탈보트는 "팀에서 시즌 시작 전 에이스로 뽑아줬는데 자격을 갖추지 못한 투구를 했다. 힘든 상황에서도 감독님이 믿고 기다려주신 것에 대해 감사하다"고 말했다. 김성근 감독도 "이제야 탈보트가 제 모습을 찾고 있다"며 반색했다. 시련을 딛고 일어선 탈보트가 한층 성숙한 투구를 펼치며 에이스로 우뚝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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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동=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