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민적인 우려를 모으고 있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정부가 확산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격리자가 계속 늘어나는 등 불길이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향후 2주 정도를 고비로 보고 있는 가운데 프로야구도 비상이 걸렸다.
KBO(한국야구위원회)는 4일 “전체 일정의 약 37%인 268경기를 소화한 가운데 누적 관객 3,016,620명(평균 11,256명)을 기록했다”라고 발표하면서 “100만 관객까지 103경기-28일, 100만에서 200만 관객까지 86경기-22일이 소요된 것에 비해 그 기간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KBO는 “본격적인 순위 경쟁과 화창한 날씨로 리그 초반 주춤했던 관객 수가 완연한 회복세로 돌아서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그런데 이런 회복세가 큰 악재를 만났다. 바로 메르스다. 보건복지부는 4일 정기 브리핑을 통해 메르스 관련 격리자가 1667명이라고 밝혔다. 메르스로 인한 사망자가 발생한 상황에서 확진 환자도 30명이 넘고 3차 감염까지 발견됐다. 사실상 비상사태가 걸린 가운데 이로 인해 국민의 실외 활동이 잔뜩 위축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확진 환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진 일부 지역에서는 벌써 이런 불안감이 크게 확산되고 있다.

아직까지 ‘좀 더 지켜봐야 한다’라는 신중론도 있지만 국민 생활 일반에 공포감이 커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호흡기를 통해 전염될 수 있는 만큼 불똥이 언제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상황이고 초기 대응에 실패한 정부의 대처에서 더 큰 불안감의 씨앗이 자라고 있는 형국이다. 이에 극장 등 공공문화시설, 야구장·축구장 등 공공체육시설 등에 대한 우려감을 커지고 있다. 많게는 2만 명 이상의 관중이 몰리는 프로야구도 비상이 걸렸다.
아직 메르스와 프로야구 흥행에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는 드러나지 않았다. 그러나 메르스 사태가 계속 커질수록 자연히 야구장을 찾는 발걸음은 뜸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 구단 관계자는 “아직까지 어떤 유의미한 변화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상황이 계속 나빠진다면 분명 불리한 징조로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팬들의 야구장 관람 수요가 급속도로 감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KBO도 촉각을 곤두세우며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어떠한 긴급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으나 상황이 악화될 것을 대비해 대비책을 만드는 중이다. 섣부른 판단은 오히려 국민 불안만 더 키울 수 있다. 이에 KBO의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 정부에서는 특별한 지침이 내려오지 않은 상황에서 먼저 선제적으로 대응하기는 어렵다”라면서 일단 관망하고 있다. 다만 정부에서 어떤 지침이 내려온다면 KBO는 이미 준비해둔 대응 매뉴얼을 총동원해 적극 협조한다는 방침이다.
가정하게 싫은 상황이지만 최악의 경우에는 리그 중단까지도 이를 수 있다. 가뜩이나 올해 KBO 리그는 날씨가 좋아야 할 4월에 잦은 비가 내리는 등 흥행 악재를 겪은 상황이다. 5월 이후 관중 회복세가 가파르지만 이번 메르스 사태로 또 한 번 악재를 얻어맞았다. 메르스가 진정된다고 하더라도 사태가 완전히 잡히기 전까지는 꾸준히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어 리그 전반적인 고민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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