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공불락' 양현종, 류현진의 길을 간다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5.06.05 05: 47

1안타 완봉승을 작성한 양현종(27, KIA 타이거즈)이 앞으로 더 무서워질지도 모른다. 페이스를 늦게 끌어올린 덕분이다. 류현진(LA 다저스) 이후 없었던 1점대 평균자책점에 가장 근접한 후보이기도 하다.
양현종은 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 선발로 등판해 9이닝 1피안타 5탈삼진 2볼넷 무실점했다. 이날 이전까지 평균자책점 1.67로 이 부문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던 양현종은 9이닝을 실점 없이 끝낸 완봉승으로 팀의 6-0 승리 속에 시즌 6승(2패)째를 올렸고, 평균자책점도 1.48로 내렸다.
경기 초반인 2회말 홍성흔의 안타가 나와 노히트노런이나 퍼펙트게임 같은 대기록에 대한 기대는 없었지만 이후 피안타가 하나도 없었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볼넷도 단 2개밖에 되지 않았는데, 첫 볼넷이 6회말이 되어서야 나왔을 정도로 양현종의 제구는 경기 내내 안정적이었다.

경기 후 양현종은 “경기 초반부터 빠른 공의 구위에 자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최고 구속 149km이었던 포심 패스트볼은 평균적으로도 140km대 중반을 줄곧 유지했고, 제구가 동반되자 더욱 위력을 발휘했다. 개인 첫 선발 3경기 연속 무실점이자 25이닝 연속 무실점 행진도 이어갔다.
그럼에도 가장 중요한 것은 이닝 소화다. 양현종은 1안타 완봉승을 거둔 직후에도 “연속 이닝 무실점 기록에 신경 쓰기보다는 최대한 많은 이닝을 던지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현재까지는 79이닝으로 유희관(두산, 74⅓이닝)을 제치고 다시 토종 최다 이닝 투수로 올라섰다.
1.67이던 평균자책점을 1.48까지 떨어뜨렸지만, 더 기대되는 것은 앞으로 보여줄 피칭이다. 전반기에 특급 에이스의 위용을 뽐내다가도 후반기가 되면 주춤했던 양현종은 올해 전략을 새롭게 짰다.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양현종은 실전에 나서지 않은 것은 물론 불펜피칭도 하지 않았다. 지난해 171⅓이닝을 던지기도 했고, 여름만 되면 약해지는 문제를 풀어내기 위함이기도 했다.
이는 어느 정도 불가피한 결정이기도 했다. 양현종은 지난 시즌 전반기에만 10승 5패, 평균자책점 3.56으로 선전했지만 후반기에는 6승 3패, 평균자책점 5.62로 흔들렸다. 2년 전에는 전반기 9승 1패, 평균자책점 2.30으로 달려나갔지만 후반기 승리 없이 2패, 평균자책점 5.96에 그쳤고 늑간 근육 부상으로 결장도 많이 했다.
그러나 올해는 변화를 통해 성공을 이뤄내고 있다. 4월까지도 3승 2패, 평균자책점 2.31로 나쁘지 않았지만 5월 들어 2승, 평균자책점 0.87로 극강의 투구를 했고 6월 첫 경기에서도 완벽에 가까운 피칭을 했다. 김기태 감독도 이날 경기 전 “현종이는 공이 좋은데다 경기운영 능력까지 좋아졌다. 여름에 대비해 올해는 스프링캠프 때 페이스를 늦게 올렸는데 잘 해주고 있다”고 호평했다.
전체 일정에서 3분의 1이 넘게 소화한 상황에 1점대 평균자책점을 유지하기란 쉬운 일이 아닌데 양현종은 그런 성적을 이어가고 있다. 게다가 2015년의 그는 페이스를 일찍 올리지 않아 전반기만큼이나 후반기도 기대되는 투수다. 마치 류현진(LA 다저스)이 KBO리그에서 다시 던지는 느낌을 주고 있다. 특히 2010년 류현진(당시 한화, 평균자책점 1.82) 이후 KBO리그에 없었던 1점대 평균자책점 투수가 탄생하게 될지도 지켜볼 일이다. 만약 올해 그런 투수가 나타난다면 그 선수의 유니폼 뒤에 박힌 이름은 양현종일 가능성이 가장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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