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 말말말]"승엽형에 비하면 우린 신생아"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5.06.05 09: 34

[OSEN=야구팀] 야구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라운드에는 오늘도 수많은 말들이 오가고 있다. 웃음 폭탄을 유발하는 농담부터 뼈있는 한마디까지 승부의 세계에서 흘러나오는 말에 귀가 솔깃한다. 주중 3연전에서 과연 어떤 말들이 흘러나왔을까.
▲ “옛날 숀 헤어 별명은 손해여” - KIA 김기태 감독
지난 2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1군에 올라온 필립 험버 이야기를 하던 김기태 감독은 취재진과 외국인 선수에 대한 대화를 이어가다 추억의 외국인 선수까지 소개하게 됐다. 주인공은 해태 타이거즈의 첫 외국인 선수였던 숀 헤어. 김 감독은 “옛날에 숀 헤어 별명은 손해여”라고 말해 주위를 웃겼다. “스탠드 뒤로 넘겨야 홈런이냐고 묻다가 홈런 하나 치고 집에 가지 않았나”라는 게 김 감독의 회상. 김 감독의 기억과 달리 실제 헤어는 29경기에서 홈런을 하나도 때리지 못하고 타율 2할6리의 기록만 남긴 채 퇴출됐다.

▲ “나는 선수로서는 다 던진 상태였으니까” - 두산 김태형 감독
두산 김태형 감독은 요즘 오재원을 자주 걱정한다. 주장이라는 부담감이 타격 성적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에 한 취재진이 주장 경력이 있는 김 감독에게 주장 시절 개인 성적 때문에 힘들지 않았는지 묻자 김 감독은 “나는 선수로서는 다 던진 상태였으니까 괜찮았다”라고 말하며 활짝 웃었다. 김 감독은 “내 일은 상대에게 야유를 보내고 우리 팀을 다잡는 게 전부였다”고 덧붙였다.
▲ “발이 빠르고, 도루도 잘 하고, 번트를 자주 댄다” - kt 댄 블랙
kt 새 외국인 타자 댄 블랙이 4일 수원 SK전에 앞서 1군 엔트리에 등록됐다. 그리고 곧바로 이날 경기에 4번 지명타자로 출전했다. 경기에 앞서 취재진과 만난 블랙은 밝은 미소로 인사를 건넸다. 이어 취재진이 kt 위즈의 마스코트인 마법사에 빗대어 ‘어떤 마법을 부릴 줄 아는가’라는 질문을 던지자 재치 있게 “발이 빠르고, 도루도 잘 하고, 번트를 자주 댄다”라고 답해 더그아웃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블랙은 193cm, 116kg의 큰 덩치의 소유자이기 때문. 하지만 블랙은 이날 경기서 첫 타석에 안타를 친 후 김상현의 좌중간 단타 때 3루까지 빠르게 달려 들어가는 공격적인 주루 플레이를 선보였다. 의외의 매력을 가진 외국인 타자의 등장이었다.
▲ “모상기 파이팅! 완전 왼손 모상기야” - kt 전병호 투수 코치
4일 수원 SK전을 앞둔 kt의 더그아웃에는 활력이 넘쳤다. 새 외국인 타자 블랙이 합류했기 때문이다. 취재 열기도 만만치 않았다. 블랙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도중 더그아웃으로 들어가던 전병호 투수 코치는 블랙을 향해 “모상기 파이팅!”이라고 외쳤다. 풍채가 모상기와 비슷했기 때문에 나온 농담이었다. 이어 전 코치는 “완전 왼손 모상기야”라는 말을 덧붙이며 사라졌다. 공교롭게도 지난해 삼성의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된 모상기는 현재 kt 소속 선수다. 최근 퓨처스리그 경기에 출전한 상황. 과연 올 시즌 1군에서 거구 타자 두 명을 동시에 볼 수 있을지 궁금하다.
▲ "건창아~ 형이 기다리고 있다" - 넥센 김민성
 
지난 4월 오른 무릎 후방 십자인대 파열 부상을 당한 서건창을 대신해 최근 넥센 2루는 김민성, 김지수, 서동욱 등이 번갈아 지키고 있다. 특히 매 경기 출장하는 주전 선수 김민성은 2루와 3루를 오가는데 최근에는 3루 수비가 더 편해진 모습. 서건창의 복귀 소식에 "2루 수비도 얼마 안남았다"고 말을 건네자 "건창아~ 빨리 와라, 형이 기다리고 있다"며 진심이 살짝 담긴 너스레를 떨었다.
▲ "나 우승 못하게 하고 떠났네" - 넥센 염경엽 감독
 
지난 3일 목동 넥센-한화전. 경기를 앞두고 '흐름'에 대해 이야기하던 염경엽 감독은 "지난해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도 이승엽의 텍사스 안타가 흐름을 바꿨다. 원래는 유격수 (강)정호가 잡았어야 하는 공"이라고 말했다. 염 감독은 "그러고보니 3차전이랑 5차전 다 정호가 실책했다. 나 우승 못하게 하고 (자신은) 떠났다"며 바다를 건너버린 강정호를 '디스(?)'했다. 그러나 실상은 강정호의 메이저리그 안타, 홈런, 수비 장면까지 다 찾아보고 문자도 보내주고 있는 '열혈 팬'이다.
▲ "나보다 크다는 걸 알았다" - 삼성 류중일 감독
류중일 삼성 라이온즈 감독은 롯데와의 포항 3연전을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과연 이승엽이 400홈런을 달성한 뒤 덕아웃으로 들어올때 어떻게 축하해줘야 할까. 이승엽은 3일 포항 롯데전서 선발 구승민에게서 개인 통산 400번째 아치를 쏘아 올렸다. 류중일 감독은 홈으로 들어오는 이승엽을 안아줬다. "세리머니 때문에 정말 고민을 많이 했었다"는 류중일 감독은 이승엽과 포옹한 뒤 "나보다 크다는 걸 알았다"고 재치있게 표현했다.
▲ "우리는 홈런 하나 치고 좋아하는데 승엽이형에 비하면 신생아 수준도 안된다" - 삼성 박석민
'국민타자' 이승엽의 400홈런 달성을 앞두고 박석민에게 축하 메시지를 부탁했다. 박석민은 "홈런에 관한 기록은 다 이뤘으니 개인 통산 2000안타를 칠때까지 부상 조심했으면 좋겠다"며 "45살까지 현역 생활을 이어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박석민이 바라보는 400홈런은 어느 만큼 대단한 기록일까. "20홈런을 20년쳐야 가능한 기록 아닌가. 우리는 하나 치고 좋아하는데 승엽이형에 비하면 신생아 수준도 안된다"고 찬사를 보냈다.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