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위표에서 힘을 잃어가고 있던 SK가 독한 승부수를 꺼내들었다. 코칭스태프를 상당 부분 개편하며 분위기 쇄신에 나섰다. 김용희 SK 감독이 예상 외로 빠른 승부수를 뒀다는 것이 전반적인 평가다.
SK는 5일 보도자료를 내고 “팀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해 타격·수비·주루 분야에 걸쳐 코칭스태프 보직 변경을 단행했다”고 밝혔다. 이번 코칭스태프 인사의 핵심은 타격 부문이다. 올 시즌을 앞두고 영입됐던 김무관 1군 타격코치가 2군으로 내려갔다. 대신 정경배 코치가 1군 타격 메인코치를 맡고 2군에 있던 강혁 코치가 1군 타격코치로 이동한다. 이번 인사는 주중 kt와의 3연전이 끝난 뒤 전격적으로 논의됐으며 김용희 감독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용희 감독은 "미안한 마음 뿐이다. 같은 목표를 향해 같이 함께 했는데 상황이 이렇게 됐다. 사실 가장 잘못한 것은 감독인데 마음이 아프다"라면서 "하지만 변화를 주면서 팀을 다시 만들어가야 한다"라고 심정을 토로했다. 괴로운 심정이 묻어났다.

김무관 코치의 2군행은 김용희 감독의 고심이 묻어나는 흔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김 감독은 올 시즌을 앞두고 SK 사령탑에 부임하면서 김무관 코치를 영입했다. 이미 여러 팀을 거치며 확고한 타격 이론을 바탕으로 좋은 성과를 냈던 코치라 큰 기대가 걸렸던 것이 사실. 그러나 예상 외로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최근 팀 성적 저하도 부진한 타격이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는 평가였다.
SK는 4일까지 2할6푼6리의 팀 타율을 기록, 전체 평균(.272)에 비해 떨어지는 성적을 냈다. 팀 평균자책점 2위(4.31)의 기록을 가지고도 타격이 터지지 않아 답답한 경기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김 감독은 “타격은 사이클이 있다”라며 좀 더 기다리고 인내할 뜻을 드러냈으나 팀 사이클이 좋은 추세에 있는 상황에서도 폭발력이 기대만큼 못하다는 고민은 분명히 있었다. 일부에서는 김 코치의 지도 방식이 젊은 선수들과 잘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에 김 감독은 자신의 의중이 상당 부분 들어간 영입이었던 김 코치를 전격적으로 교체했다. 김 감독의 ‘사람’으로 분류되는 김 코치를 2군으로 내려 보내는 데는 상당한 결단력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처지는 팀 성적 속에서 김 감독은 더 이상 머뭇거리지 않았다. SK 내부에서도 “이렇게 빠른 전격 교체는 예상하지 못했다”라는 분위기다. 그만큼 김 감독의 이번 결정은 급한 팀 사정을 대변한다고 볼 수 있다.
또 하나의 핵심은 조 알바레즈 코치의 보직 변경이다. 알바레즈 코치 역시 김 감독의 의중이 반영된 인사였다. 롯데 시절 ‘뛰는 야구’를 추구하며 김 감독과 호흡을 맞췄던 알바레즈 코치였다. 올 시즌을 앞두고도 비중이 큰 3루 베이스 코치를 맡았다. 김 감독은 “조원우 코치도 능력이 있다. 하지만 반대편(1루)에서 알바레즈 코치의 좋은 점을 많이 배우길 바랐다”라고 당시 선택을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보직변경으로 조원우 코치가 3루 베이스 코치를 맡게 됐다. 역시 조 코치의 비중을 확대하는 인사다. 결과적으로 김 감독은 자신이 영입을 추진한 2명의 코치를 모두 핵심적인 자리에서 내려놨다고 볼 수 있다. 감독의 위상과도 관련이 있을 수 있는 문제지만 김 감독은 팀 성적을 먼저 생각하고 결정을 내렸다. 이런 승부수가 SK의 분위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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