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스피드웨이 오른 렉서스 RC-F, ‘두근두근’ 관성을 거부하는 놀라움
OSEN 강희수 기자
발행 2015.06.05 10: 31

‘부왕~ 부왕~ 부르릉~ 부르릉~.’ 글자로 적어낼 수 있는 표현이 이 정도뿐이라는 게 안타깝다. 표기의 한계를 한탄할 만큼 렉서스 RC-F가 뿜어내는 소리는 다양했다. 잠자는 아기의 숨소리처럼 조용하다가 순식간에 날뛰는 맹수의 포효로 돌변했다.
4일 낮, 배기음만으로도 흥분 되는 고성능 차 RC-F에 올라 용인 스피드웨이의 출발선에 섰다. 전장 4,705mm의 RC-F는 딱 쏘나타와 아반떼 중간 정도의 체구다. 7,100rpm에서 473마력의 최고출력을 내는 5.0리터 V8 자연흡기 엔진은 조용히 숨을 고르고 있었다.
용인 스피드웨이의 연장은 4,346m다. 이 구간에 16개의 코너가 있다. 좌 코너가 9곳, 우 코너가 7곳이다. 차량의 고속주행성능을 확인하는 구조는 아니다. 상하경사, 블라인드 코너, 헤어핀이 복잡하게 조합 돼 있어 극한 상황에 대처하는 차량의 대응능력을 확인하는데 더 적합하다. 그래도 2군데 직선코스가 있어 코너를 돌아 나와 다음 코너에 진입하기 전까지 시속 150km 이상의 속도는 낼 수 있다.

출발선을 나선 차가 잠시 워밍업을 할 틈도 없이 오른쪽으로 크게 방향을 틀어 시야가 탁 트인 구간으로 접어들었다. 지체 없이 액셀러레이터를 깊숙이 밟았다. 차는 잠시 움찔하는가 싶더니 당겨진 고무줄처럼 튕겨 나갔다. 순식간에 속도계는 80, 100을 지나 150km/h를 넘고 있었다.
배기구에서는 용트림을 내기 시작했다.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운전대를 잡은 손에 땀이 솟는 게 느껴졌다. 속도에 익을 새도 없이 더 이상 가속을 해서는 안 되는 ‘코너 진입 400m 전’ 표지가 나타났다.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고 앞을 봤다. 긴장감이 엄습해 왔다. 시야에 쭉 뻗은 도로가 사라지고 왼쪽으로 방향을 꺾으라는 표지가 나타났다. 이제 급격히 속도를 떨어뜨려야 하는 ‘코너 진입 전 200m’ 지점.
불안한 마음을 안고 브레이크를 밟았다. 배기구에서는 ‘빠당빠당’ 파열음이 터지기 시작했다. 급감속 때 슈퍼카들은 머플러로 밀려들어오는 공기를 밖으로 강제적으로 밀어내면서 이런 소리를 낸다.
계기반의 바늘이 뚝뚝 떨어지는 걸 보면서 몸이 굳기 시작했다. 이제 곧 핸들이 흔들릴 텐데…. 코스를 이탈하면 어떡하나…. 언더스티어링은 일어나지 않을까….
이 모든 걱정이 기우로 밝혀지는 시간도 찰나였다. 시속 150km 이상을 달리던 차를 급브레이크를 밟아 80km/h로 떨어뜨리는데도 RC-F는 마치 레일 위를 달리는 열차 같았다. 급감속 시 나타나는 바퀴의 좌우 흔들림이 전혀 없었다. 감속이 끝나자 RC-F는 마치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자세를 잡고 코너링을 준비하고 있었다.
첫 코너에서 차에 대한 강한 믿음이 생겼다. 더 까다로운 블라인드 코너와 헤어핀 구간이 이어졌지만 불안감은 씻은 듯 사라졌다. 어느새 변화무쌍한 퍼포먼스를 즐기고 있었다. 빨리 달리는 재미도 재미지만 ‘꺾었다 달리는’ 재미도 짜릿했다.
지난 4월 ‘2015 서울모터쇼’를 통해 국내에 소개 된 RC-F는 올해 렉서스 브랜드 15주년을 기념해 15대 한정 물량으로 판매 되는 고성능 차다. 국내 판매 가격은 1억 2000만 원.
렉서스 브랜드는 올해 ‘F 마니아’라는 키워드를 제시하면서 ‘와쿠도키(두근두근) 차’를 표방했다. 1억 2,000만 원의 가격에 우선 가슴이 두근두근 하겠지만 운전대를 잡고 난 이후의 두근거림은 그 이상이 될 듯하다.
렉서스가 용인 스피드웨이에서 렉서스 운전자들을 대상으로 행사를 마련한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한바퀴만 돌아봐도 ‘두근거림’은 가슴에 크게 와닿았다. 그래서 행사명도 ‘렉서스 어메이징 익스피리언스 데이 (LEXUS Amazing Experience Day)’다. 이 행사는 4, 5일 양일간 렉서스 브랜드 15주년을 기념해 마련됐는데 렉서스 고객 360여 명이 초대 돼 ‘F 마니아’의 강렬한 유혹을 받았다. 
고성능 모델인 RC-F만 타볼 수 있는 게 아니다. 레이싱 쿠페 ‘RC 350’ 같은 F SPORT 라인업과 하이브리드 라인업 등 총 8종의 렉서스 모델을 타고 서킷을 돌 수 있었다. 
하이브리드 라인업이 서킷 주행에 동원됐다는 점도 주목할만하다.
이병진 렉서스 영업마케팅 이사는 “아마도 하이브리드 차로 서킷 주행을 하는 것은 렉서스가 처음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 동안 하이브리드 차에 대한 인식이 ‘높은 연비’에 맞춰져 있었다면 이번 행사를 계기로 다이내믹한 주행 성능도 충분히 갖춘, 렉서스 하이브리드의 이미지를 심어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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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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