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위즈가 한화 이글스를 상대로 외국인 타자 앤디 마르테(32), 댄 블랙(28)을 함께 선발 라인업에 올렸다. 확실한 효과를 보지 못했으나 타선의 무게감이 몰라보게 달라졌다.
kt는 지난 4일 수원 SK 와이번스전에서 블랙을 4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시켰다. 블랙은 입국 하루 만에 1군 등록과 함께 선발로 나서 3타수 3안타 1볼넷 2타점으로 활약했다. 100% 출루에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까지 보여주며 코칭스태프를 흐뭇하게 했다. 자연스럽게 ‘마르테와 동반 출전하면 어떤 긍정적인 효과가 발생할까’에 관심이 쏠렸다.
당장 두 외국인 타자가 포함된 타순도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이에 대해 조범현 감독은 “몇 경기 치르면서 봐야 알 것 같다. 어쨌든 중심에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블랙을 두고도 “용병 타자는 한 달, 30경기 정도는 지켜봐야 한다”라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표했다. 또한 마르테가 외복사근 부상으로 두 번이나 1군 엔트리서 제외됐었기 때문에 무리시키지 않으려고 했다.

그리고 이 둘의 조합은 생각보다 빠르게 볼 수 있었다. kt는 5일 대전 한화전에서 이대형(중견수)-하준호(우익수)-마르테(지명타자)-블랙(1루수)-김상현(좌익수)-장성우(포수)-박경수(2루수)-문상철(3루수)-박기혁(유격수)으로 선발 라인업을 구성했다. 살짝 들여다봐도 무게감이 생긴 타선이었다.
무엇보다 상대 팀 입장에선 쉽게 넘어갈 수 있는 타자가 없다는 것이다. 중심타선에서 마르테, 블랙과의 승부를 피하더라도 한 방을 칠 수 있는 김상현, 장성우가 뒤에서 버티고 있다. 자칫하면 대량 실점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 우선 5일 한화전에선 마르테가 3타수 무안타 1타점, 블랙이 4타수 1안타 1타점을 기록했다. 아직 정상 궤도가 아닌 점을 감안한다면 나쁘지 않았다.
특히 2-6으로 뒤진 8회에는 상대 실책으로 출루한 이대형이 2루 도루를 성공시키며 기회를 잡았다. 이어 하준호와 마르테가 범타로 물러났지만 블랙이 4구 승부 끝에 권혁의 패스트볼을 받아쳐 우전 적시타로 연결시켰다. 3점 차로 따라붙은 kt는 후속타자 김상현이 권혁의 4구째 체인지업(133km)을 공략해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추격의 투런포를 쏘아 올렸다. 권혁으로선 산 넘어 산이었다.
끝내 남은 1점을 좁히지 못했다. 그러나 kt 타선의 무게감을 엿 볼 수 있는 한판이었다. 마르테, 블랙 뒤에 김상현이라는 거포가 버티고 있기에 그 무게감은 더했다. 앞으로 타순이 어떻게 구성될지는 알 수 없다. 상황에 따라 변할 수도 있다. 다만 외국인 타자들 사이에서 김상현이 어떤 역할을 해주느냐에 따라 그 효과가 배가 될 수도 있고, 반이 될 수 있다.
김상현은 2009년 전성기 시절 자신의 앞에서 최희섭이 출루하면 장타를 펑펑 치면서 36홈런 127타점을 쓸어 담았다. 강타자 두 명이 버티고 있으니 그 시너지 효과가 컸다. 만약 김상현이 이날과 같이 마르테와 블랙의 뒤를 받친다면 다시 한 번 그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 물론 2009년 전성기 때의 몸 상태와 다른 김상현이지만 그의 뒤에는 장성우라는 든든한 타자가 한 명 더 있다.
김상현은 외국인 타자들의 합류 이전에 “타격 코치님께서 ‘지금 상황에서 홈런 치는 사람은 너밖에 없다. 급하게 하지 말라’고 했는데 그게 잘 안 됐다. 도와줘야 하는 입장인데 어렵다”라며 어려움을 토로한 바 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앞뒤에 중장거리 타자들이 포진돼있기 때문에 김상현의 부담이 덜하다. 과연 김상현이 ‘해결사 본능’을 앞세워 타선의 힘을 극대화시킬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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