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젤차에 대한 피로도가 수면위로 올라오는 걸까. 내수 자동차 시장에 디젤 바람을 몰고 온 수입 디젤차의 판매량이 지난 4월과 5월 다시 60%대로 떨어졌다.
4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가 발표한 5월 한달 간 수입차 판매량을 연료별로 살펴보면 전체 판매량 1만 8386대 중 디젤차(이하, 디젤)가 1만 1961대로 65.1%, 가솔린차(이하, 가솔린)가 5678대로 30.9%를 차지했다(하이브리드, 전기 제외).
2011년까지만 해도 상황은 정반대였다. 가솔린은 전체 10만 5037대 중 6만 4181대가 판매돼 61.10%의 점유율로 수입차 시장 역시 가솔린이 이끌고 있었다. 디젤은 가솔린의 절반을 조금 넘겨 35.16%(3만 6931대)였다.

사실 2000년대 초, 98~99%에 육박하던 가솔린의 점유율은 수입차 시장의 포문이 열릴수록 조금씩 줄어들었고 성장하는 수입차 시장과 함께 힘을 길러온 디젤은 순식간에 전세를 역전시켰다. 2010년에서 2011년 25%에서 35%로 격차를 급격하게 따라잡더니 이듬해 전체 판매량의 50.95%를 차지하며 44.2%로 가솔린을 눌러버렸다.
그리고는 2013년, 2014년에 각각 62.1%, 67.76%를 기록하며 한 해 동안 판매된 수입차 10대 중 7대는 디젤이었다. 이후 디젤은 70%대까지 꾸준히 영향력을 끌어올렸다. 기세에 눌린 가솔린은 20% 초반에서 지난 3월까지 20%대에 머물러 앞자리 숫자를 바꾸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올 4월 가솔린 판매가 2014년 1월 이후 1년 3개월 만에 31.83%를 기록하며 30%대로 올라갔다. 이로 인해 디젤 판매량은 3월 1만 5663대 대비 25.2% 줄어든 1만 1710대로 집계됐다. 전체 수입차 시장의 성장 둔화로 4월에 비해 약 1% 포인트 가량 판매가 감소했지만 가솔린은 5월에도 여전히 30%대를 유지했다.

물론, 두 달의 반짝 선전이 가솔린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라고 판단하기에는 심히 이른 감이 있다. 하지만 업계의 일부에서는 배출 가스 규제, 친환경 디젤 엔진 개발비, 저유가 기조, 한국 소비 트렌드의 빠른 변화, 디젤 피로도 증가, 하이브리드의 대중화 등으로 디젤보다 가솔린이 다시 각광을 받게 되는 날이 예상보다 빨리 돌아올 수도 있다고 예측하는 이들도 있다.
한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디젤에 대한 수요가 높아 디젤 위주로 판매가 이뤄지고 있지만 한국 시장의 빠른 변화와 고객 선호도, 디젤의 배기 가스 등으로 향후 자동차 소비 패턴이 친환경과 더불어 가솔린으로 이동할 경우,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시장의 흐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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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 대형 가솔린 세단 ‘레전드’(위)와 렉서스 가솔린 터보 콤팩트 SUV ‘NX 200t AWD’./ 각 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