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가 기회, 그리고 희망으로 바뀔 수 있을까. 주축 선수들의 부상 악령에 고민하고 있는 LG가 신진급 선수들의 가능성을 보며 위안을 얻고 있다. 여기에 성적까지 동시에 움켜잡으며 진정한 의미의 ‘리빌딩’ 진행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는 형국이다.
LG는 현재 주축 야수들이 대거 부상에 시달리고 있다. 큰 형님인 이병규(9번)를 비롯, 이진영 손주인 등이 부상을 당해 현재 1군에서 이탈해 있다. 복귀 시점이 아직 명확하지 않을 정도로 작지 않은 부상이다. 부상으로 빠졌던 정성훈이 돌아온 것은 다행이지만 여전히 전력의 공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들에게 의존하는 비중이 큰 LG로서는 악재로 여겨졌다. 끊임없는 부상자에 양상문 감독의 고민도 커졌다.
그런데 이들을 대체하기 위해 올린 신진급 선수들의 활약이 연일 이어지면서 LG도 활력을 찾아가고 있다. 최악의 5월을 보낸 LG가 6월 들어 반등할 수 있었던 것도 이들의 활약을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다. 2일 마산 NC전에서는 세대교체의 기수로 불리는 오지환이 결승타를 쳤다. 김용의는 3안타를 쳤고 나성용과 양석환은 홈런을 기록하며 베테랑들이 빠진 자리가 허전하게 보였던 팀 타선에 힘을 보탰다.

3일 NC전에서는 양석환이 결승타를 기록하는 등 멀티히트로 활약했다. 양석환은 4일 NC전에서도 결승타를 기록했다. 여기에 오지환 유강남 양석환 김용의 문선재까지 젊은 선수들이 거침없이 뛰며 NC의 내야를 마구 흔들어 놨다. 베테랑 선수들의 기동력이 떨어지는 약점을 가지고 있었던 시즌 초반의 LG였다면 쉽게 일어나기 어려운 일이었다. 양상문 감독도 5일 잠실 SK전을 앞두고 “베테랑 선수들에 비해 젊은 친구들은 좀 더 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라고 만족스러워했다.
5일 경기에서도 신진급 선수들의 활약은 이어졌다. 1-2로 뒤진 7회 유강남이 동점 적시타를 쳤고 연장 12회 2사 상황에서는 채은성이 끝내기 안타를 치며 팀에 승리를 선사했다. 유강남은 이날 SK의 도루를 세 차례나 저지하는 등 수비에서도 좋은 모습을 선보였다. 이진영 정성훈 이병규 등 베테랑 선수들이 끝내기의 중심에 있었던 시즌 초반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LG의 세대교체가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무조건적으로 신예 선수들을 내세운다고 해서 리빌딩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베테랑 선수들과 적절한 조화를 이루는 것이 중요한데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자칫 잘못하면 감독의 뜻과 베테랑 선수들의 뜻이 알게 모르게 부딪혀 묘한 갈등을 만들기도 한다. 여기에 국내 프로야구 현실상 마냥 성적을 도외시한 리빌딩 추진은 힘들다. 구단은 어느 정도의 성적과 가시적인 성과를 요구하기 마련이다. “리빌딩이라는 게 참 어렵다”라는 사령탑들의 하소연은 다 이유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LG의 신진선수 육성은 6월이 아닌 올 시즌 내내 화두가 될 가능성이 보인다. LG는 오랜 기간을 팀을 위해 뛰어온 주축 선수들의 그림자가 너무 큰 팀이다. 박종훈 전 감독 시절부터 ‘대안’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으나 아직까지 타 팀에 비해 세대교체가 다소 더디다는 평가를 받는다. 야구를 하루 이틀 하고 말 것이 아닌 만큼 이는 팀의 장기적인 명운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양상문 감독도 이를 염두에 두고 신진급 선수들을 꾸준히 테스트했다. 예상보다 더딘 성장세에 시행착오도 겪었지만 6월 들어 성적까지 뒷받침된다면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성적과 미래를 모두 잡는다는 데 그 꽃놀이패를 마다할 사람은 없다. 5일 경기 승리 후 양상문 감독은 “팀이 좋은 방향으로 조금씩 변하는 것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표면적으로는 승리의 기운을 만들어가는 팀 상황에 반색한 것이었지만 어쩌면 또 다른 의미를 내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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