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투수놀음이고 선발 싸움이라는 말이 있지만 최근 KBO 리그 트렌드에서는 이런 말이 무색할 정도다. 외국인 선발투수들의 가세, 전력 평준화로 불펜 싸움에서 승부가 갈리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 올해부터 늘어난 경기수를 고려하면 불펜투수들의 소모는 더 많아질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전망이다. 사령탑들의 장기적인 관점이 중요하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그렇다면 불펜투수들의 투구수는 어떻게 나타나고 있을까.
전체 일정의 40%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가운데 올 시즌 경기당 불펜투수들의 평균투구수는 133.6개 정도다. 이는 선발투수의 평균투구수(180.7개)의 74%에 이르는 수치다. 지난해의 경우 선발투수들의 평균투구수는 183.9개였으며 불펜투수들은 129.5개였다. 2013년 불펜투수들의 경기당 평균투구수는 120.3개였다.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를 볼 수 있다.

다만 이 평균에는 허수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바로 한화와 kt의 불펜투구수가 비정상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5일 현재 한화 불펜투수들은 총 4526개의 공을 던져 이 부문 1위에 올라 있으며 kt는 4403개로 2위를 달리고 있다. 반면 불펜투수들이 가장 적게 공을 던진 삼성은 2589개에 불과하다. 삼성을 비롯, 두산(3185개), KIA(3239개), SK(3343개), LG(3440개)까지가 3500개 이하의 투구수를 기록 중인 팀들이다. 이들은 한화에 비하면 1000개 이상 덜 던졌고 삼성의 경우는 한화에 비해 57.2% 수준이다.
불펜투구수가 불펜의 혹사를 대변하는 수치는 아니다. 많은 선수들이 나간다면 평균투구수는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한화와 kt의 경우는 여건상 상대적으로 불펜 소모가 잦은 경향은 있다. 선발투수들이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는 한화는 김성근 감독 특유의 벌떼 계투 작전이 자주 나오고 있다. 선발진의 힘이 가장 약한 kt도 어쩔 수 없이 많은 불펜투수들을 동원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재밌는 것은 한화의 수치다. 한화는 2013년에도 8809개의 불펜투구수를 기록해 이 부문 1위에 올랐다. 지난해에도 26명이 9146개의 불펜투구수를 합작해 이 부문 1위를 지켰다. kt라는 새로운(?) 변수가 생겼지만 3년 연속 이 부문 1위를 지킬 가능성이 열려 있다. 선발진이 아직 확실하게 자리하지 못했고 김성근 감독의 빠른 투수 교체는 사령탑 고유의 스타일인 만큼 확 바뀔 여지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따지면 권혁(한화, 858개)가 1위를 달리고 있다. 삼성 시절이었던 2013년 625개, 지난해에는 554개의 공을 던졌던 권혁은 아직 시즌이 절반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그 기록을 가뿐히 뛰어 넘었다. 팀 동료 박정진(720개)이 2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장시환(kt, 687개)이 3위다. 이정민(롯데, 636개) 최금강(NC, 618개) 이민호(NC, 609개) 조상우(넥센, 605개) 송창식(한화, 602개)까지 8명이 600개 이상의 공을 던졌다. 송창식은 한 차례 선발등판 기록까지 합치면 697개로 3위에 올라선다.
그 외 팀들의 최다 투구자는 정찬헌(LG, 559개) 윤명준(두산, 529개) 전유수(SK, 509개) 홍건희(KIA, 468개) 안지만(삼성, 439개)이다. 지난해 가장 많은 공을 던졌던 불펜투수는 전유수로 1505개였고 1000개 이상의 투구수를 기록한 불펜투수는 총 15명이었다. 올해는 이보다는 더 많은 투수들이 이 고지를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 사령탑들마다 체력 관리를 놓고 복잡한 계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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