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는 방망이에 공이 맞는다는 전제를 기본으로 한다. 그런 점에서 방망이에 공을 맞히지 못하는 삼진은 타자가 낼 수 있는 최악의 성적 중 하나다. 강정호(28, 피츠버그)의 메이저리그(MLB) 적응, 그리고 진화도 이 수치에서 찾아볼 수 있다.
5월 이후 피츠버그의 핵심 내야수로 발돋움한 강정호는 5일(이하 한국시간) 현재 38경기에 나가 타율 2할8푼7리, 출루율 3할5푼7리, 장타율 4할3푼5리, OPS(출루율+장타율) 0.791을 기록 중이다. 출전 시간, 그리고 강정호를 둘러싼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하면 3개의 홈런과 19타점도 나쁜 성적은 아니다. 한창 좋을 때보다는 떨어진 성적이지만 “2할5푼 이상에 두 자릿수 홈런만 쳐도 성공”이라고 점쳤던 기존 예상을 웃도는 수치임은 분명하다.
이런 강정호의 성적을 월별로 나눠보면 갈수록 수치가 높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4월 타율이 2할6푼9리, OPS 0.656이었던 강정호의 성적은 5월 들어 타율 2할9푼8리, OPS 0.843으로 뛰었다. 현재까지 기록 중인 3개의 홈런도 모두 5월에 나왔다. 안타는 운이 따를 수도 있지만, 홈런은 그렇지 않다. 제대로 된 타이밍에 자신 있는 스윙이 아니고서야 나오지 않는다. 이는 강정호가 점차 MLB 투수들의 공에 적응을 하고 있다는 의미다.

삼진 비율에서도 이런 적응도를 확인할 수 있다. 강정호는 4월 29번의 타석에서 6번의 삼진을 당했다. 비율은 20.7%였다. 이 수치는 5월 들어 18.9%로 떨어졌다. 강정호가 적응을 하는 만큼 상대 투수들도 강정호에 대한 연구를 하고 나온다. 이런 양자의 치열한 기 싸움 속에서 삼진 비율이 줄고 장타율이 높아졌다는 것은 강정호가 상대적으로 MLB 무대에 잘 적응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MLB 투수들의 수준 높은 공에 많은 삼진을 당할 것”이라는 당초 전망보다도 괜찮은 수치다. 올 시즌 여러 통계 예상 프로그램들은 강정호의 삼진율을 비교적 높게 봤다. ZiPS의 경우는 28.9%로 예상했으며 가장 낮게 예상한 Steamer도 22.6%였다. 그러나 강정호의 올 시즌 전체적인 삼진 비율은 20.2%로 올해 MLB 평균과 차이가 없다.
전체적인 선구안에서도 리그 평균과 비교하면 나쁜 수치가 아니다. 브룩스베이스볼에 의하면 강정호의 첫 548구를 분석했을 때 빠른 공 대처 능력이 수준급으로 나타났다. 강정호는 빠른 공이 스트라이크존 안으로 들어왔을 때 66%의 스윙 비율을 기록한 반면 존 바깥으로 빠지는 공에 대한 스윙 비율은 19%였다. 헛스윙률은 20% 정도로 리그 평균 수준이었다. 변화구 대처 능력은 이에 비해 다소 떨어지나 역시 평균 수준은 되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관건은 역시 싱킹패스트볼 등 변형 직구에 대처하는 것이다. 강정호는 포심패스트볼 타율이 5할에 이르고 비교적 익숙한 궤적의 구종인 커브(.375)와 슬라이더(.280)에도 비교적 강세를 보였다. 반대로 싱커 타율은 1할5푼4리, 커터 타율은 1할8푼2리였다. 체인지업은 8푼3리로 가장 약했다. 통계를 보면 초반 포심패스트볼이 많았다가 갈수록 싱커와 커터로 강정호를 상대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강정호와 MLB 투수들의 싸움은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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