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히트 1위’ 필더의 화려한 재기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6.06 05: 45

9년 2억1400만 달러짜리 선수의 화려한 재기일까. 지난해 부상으로 제 몫을 하지 못했던 프린스 필더(31, 텍사스)가 화려하게 날아오르고 있다. 부상 악령을 완전히 떨쳐낸 모습인 가운데 성적을 유지하며 끝까지 나아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필더는 현재까지 올 시즌 메이저리그(MLB) 최고의 타자 중 하나다. 5일(이하 한국시간)까지 타율 3할5푼8리, 출루율 4할1푼1리, 장타율 5할5푼3리, OPS(출루율+장타율) 0.965를 기록 중이다. 단순히 정교한 것만도 아니다. 10개의 홈런을 때렸으며 40타점을 기록하며 해결사 몫도 하고 있다.
리그 성적표에서도 필더의 이름은 빛난다. 25번의 멀티히트 경기는 올 시즌 MLB 1위 기록이며 타율과 최다안타는 아메리칸리그 1위, 타점은 2위, 출루율은 3위를 기록하고 있다. 그가 리그를 폭격했던 밀워키 시절까지의 성적은 아니더라도 이 추세대로라면 이름값에 걸맞은 명예회복은 무난해 보인다는 평가다.

지난해의 필더는 데뷔 후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디트로이트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텍사스에 입단했으나 목 부상 때문에 42경기를 뛴 뒤 시즌 아웃됐다. 부상 여파에 성적도 정상적이지 않았다. 타율은 2할4푼7리, OPS는 0.720에 그쳤는데 이는 모두 데뷔 이후 최악의 수치들이었다. 출루, 장타 등 다른 부분에서도 어느 하나 마음에 드는 구석이 없었다. 30대에 접어든 나이를 고려해 “철인인 필더도 이제 전성기에서 내려올 때가 됐다”라는 회의적인 시선도 존재했다.
그러나 부상을 완벽하게 치료하고 돌아온 필더는 시즌 초반부터 마음껏 자신의 기량을 과시하고 있다. 가장 주목할 만한 요소는 역시 타격의 정확성이다. 필더는 밀워키 시절이었던 2007년 50홈런을 기록하는 등 통산 298홈런을 쏘아올린 강타자다. 그러나 마냥 ‘공갈포’ 스타일은 아니었다. 타율도 2할 후반대를 꾸준히 유지했으며 선구안도 비교적 좋아 출루율 4할 이상의 시즌을 4번이나 기록했다.
그런데 올해는 볼넷을 고르는 눈보다는 치기 좋은 공을 고르는 눈이 더 발달한 모습이다. 스트라이크존 안으로 들어오는 공에 대한 스윙 비율과 컨택 비율이 높아졌다. 팬그래프닷컴에 따르면 필더는 올 시즌 존으로 들어오는 공에 대해 70.9%나 배트를 내 역대 최고 수치를 기록하고 있으며 44% 가량에 머물던 스윙 비율도 50.6%까지 높였다. 여기서 방망이에 공이 맞을 확률은 자신의 경력 최고 수준이며, 반대로 헛스윙 비율은 7.6%로 경력 최하 수준이다.
전성기 시절 12~15% 머물던 볼넷 비중이 올해 5.9%까지 준 이유 중 하나다. 투수들의 상대 패턴 등 여러 가지 원인이 결합된 것이지만 기본적으로 필더가 방망이를 좀 더 즐겨내고 있다는 것은 경기 중에서도 뚜렷하게 확인된다. 여기에 상대의 극단적인 시프트를 깨는 의도적인 밀어치기도 주목받고 있다. 필더의 올 시즌 인플레이 타구타율(BABIP)이 역대 최고(.376)를 보이고 있는 이유를 여기서 찾는 이들도 있다.
어찌됐건 필더의 대활약은 텍사스로서는 기분이 좋은 일이다. 필더는 2020년까지 장기 계약이 되어 있으며 텍사스는 좋으나 싫으나 필더를 안고 가야 할 처지이기 때문이다. 필더가 빠르게 반등 가능성을 보였다는 점은 올 시즌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도 고무적이다. 또 하나의 장기 계약자인 추신수도 살아나는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조시 해밀턴과 아드리안 벨트레가 부상에서 돌아온다면 좀 더 위협적인 타선 구축도 가능할 전망이다. 필더가 그 중심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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